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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별 리콜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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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0.12 10: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리콜의 사전적인 뜻은 제품에 결함이 있을 때 생산기업에서 그 상품을 회수하여 점검 교환 수리하여 주는 제도를 말한다. 문득 “어설프고 서툴렀던 첫사랑을 리콜하여 만족스런 완성품을 다시 만들 수는 없을까? ” 라는 재미난 생각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구쳤다. 물론 다소 엉뚱한 생각임이 분명하다. 최근 어느 방송사의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생각에 잠겼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다시 세팅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가 어긋난 인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신선한 접근인 것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후회도 하게 되고 때로는 적지 않은 실수도 하게 된다. 그것은 일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고 사람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일은 보완 수정을 하여 아쉬움 없이 재세팅을 할 수도 있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사람을 놓치거나 잃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한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고 성장과 변화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잃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큰 데미지를 입는 것이기에 정말로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지나간 인연을 다시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생긴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누군가는 “사람은 고쳐 쓸 수 없고 한 번 지나간 인연을 다시 잡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 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막상 그 입장에 처한 당사자는 다가올 미래에 아쉬움과 후회가 없도록 주어진 인연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위 방송 프로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가슴에 와닿은 사연이 있었는데, 이별 후 5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만남이 이루어진 첫사랑 커플의 얘기다. 서로 싫어져서 헤어진 것이 아니고 여자의 유학으로 이별을 선택했던 그들이었는데, 이별 후 서로에게 아쉬움과 그리움의 시간이었지만 남자가 새로운 연인이 생겨서 재결합을 원치 않아 패널과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 장면을 보면서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하고 이별 후 재결합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임을 절감했다. 아울러 지나간 인연을 리콜하는 것은 어쩌면 두 번 째의 이별을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안 생각도 고개를 들었다.

찢어진 종이를 붙여 온전한 상태로 사용할 수 없듯이 어긋난 인연을 다시 처음 만난 인연으로 되돌리는 것은 과연 순리에 역행하는 것일까? 방송에 나온 많은 연인들의 이별 리콜 과정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오면서, 이별을 선택하기 전 심사숙고하여 훗날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적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스쳐간 인연을 다시 붙잡으려는 방송 출연자들의 노력은 주어진 삶의 한 페이지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작은 소망의 발로이겠지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이다. 과거의 추억이 미련으로 남아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소중한 추억의 시간은 힘들 때 가끔 찾는 삶의 비타민으로 생각하고 추억 속에 남아있는 미련의 조각은 흐르는 강물에 흘려보내는 것이 현명하다.

방송에 나오는 헤어진 연인들의 애잔한 모습을 보면서, 지금 예쁜 만남을 하고 있는 연인들이 그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어쩌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물일 수도 있는 아픈 이별곡을 다시는 연주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별의 대가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생각보다 매우 혹독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과 기술을 터득하듯이 이별 후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도 수확의 계절인 이 가을에 제대로 배워, 다시는 우리가 이별 리콜을 원치 않는 서로의 소중한 인연들이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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