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평범했던 일상조차 일그러졌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경제활동과 나라 살림도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단시일 내 코로나 유행이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잃었던 것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우리 생활 속 깊이 뿌리내렸던 미풍양속 등 생활문화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특히 사회공동체에 지켜야 할 미덕으로 여겨왔던 경조사 문화도 많은 부분이 축소되거나 점차 사라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사는 동안 큰일일 수 있는 장례식이나 결혼식에는 일가친척뿐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함께하는 전통문화였다. 꼭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청첩장이나 부고장이 오면 형편껏 부의금이나 축의금을 가지고 식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혼주나 유가족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왔다. 만일 혼주나 유가족 등 당사자들의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비난받을 정도로 대면 의식을 중요시해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비대면 방역수칙에 따라 다중집합을 금할 수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혼주나 유가족 이름으로 계좌번호를 알려 부의금이나 축의금을 받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그런 형태의 상부상조 문화는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새로운 생활문화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가능한 한 가족 중심으로 간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축하와 위로의 의미가 크게 담기지 않은 그저 서로 주고받는 형식적인 금전거래 행태로 변질한 부분도 없지 않기에 어쩌면 코로나가 바꾼 경조사 문화가 바람직한 변화일 수 있을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연간 사망자 수는 29만여 명에 달한다. 연간 결혼식 건수도 20여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을 꼽으라고 하면 예식장과 장례식장도 포함된다. 한 해 두 해 사이에 장례식 건수나 결혼식 건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두 업종의 특성상 다수 조문객이나 축하객이 와서 식사해야 만이 시설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윤이 남는 것인데, 앞으로는 그러한 기대를 하기조차 어려울 것 같다. 이 기회에 장례 의식이나 결혼 의식의 뜻을 깊이 되새겨 보고, 가족 중심 간소화한 의례 문화로 확산 정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을 담은 위로와 축하의 뜻을 전달할 다양한 방법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