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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코로나가 바꾼 경조사 문화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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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9.25 14: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3년이 되어간다. 수많은 고비를 넘긴 끝에 오늘에는 거리 제한 완화 등으로 다중집합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허용되어 오랫동안 묶어두었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일 수만 명대의 확진자 수에 적지 않은 사망자 수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확진자 누계는 2440만여 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 수도 무려 2만7800여 명에 이른다.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방역 전문가들에 의하면 앞으로 6개월 후쯤이면 코로나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들려온다. 또 한편으로는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에 유행할 수 있는 겨울철이 다가오면 다시 방역체계의 혼란을 겪을 수 있으므로 백신접종 등 사전 예방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평범했던 일상조차 일그러졌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경제활동과 나라 살림도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단시일 내 코로나 유행이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잃었던 것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우리 생활 속 깊이 뿌리내렸던 미풍양속 등 생활문화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특히 사회공동체에 지켜야 할 미덕으로 여겨왔던 경조사 문화도 많은 부분이 축소되거나 점차 사라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사는 동안 큰일일 수 있는 장례식이나 결혼식에는 일가친척뿐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함께하는 전통문화였다. 꼭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청첩장이나 부고장이 오면 형편껏 부의금이나 축의금을 가지고 식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혼주나 유가족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왔다. 만일 혼주나 유가족 등 당사자들의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비난받을 정도로 대면 의식을 중요시해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비대면 방역수칙에 따라 다중집합을 금할 수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혼주나 유가족 이름으로 계좌번호를 알려 부의금이나 축의금을 받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그런 형태의 상부상조 문화는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새로운 생활문화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가능한 한 가족 중심으로 간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축하와 위로의 의미가 크게 담기지 않은 그저 서로 주고받는 형식적인 금전거래 행태로 변질한 부분도 없지 않기에 어쩌면 코로나가 바꾼 경조사 문화가 바람직한 변화일 수 있을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연간 사망자 수는 29만여 명에 달한다. 연간 결혼식 건수도 20여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을 꼽으라고 하면 예식장과 장례식장도 포함된다. 한 해 두 해 사이에 장례식 건수나 결혼식 건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두 업종의 특성상 다수 조문객이나 축하객이 와서 식사해야 만이 시설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윤이 남는 것인데, 앞으로는 그러한 기대를 하기조차 어려울 것 같다. 이 기회에 장례 의식이나 결혼 의식의 뜻을 깊이 되새겨 보고, 가족 중심 간소화한 의례 문화로 확산 정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을 담은 위로와 축하의 뜻을 전달할 다양한 방법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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