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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전쟁과 평화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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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3.20 15: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국내는 물론 국제 정세가 녹록지 않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친러 반군이 차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러시아군 파견을 명령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결정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고강도 제재에 나섰다. 2014년 3월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빼앗긴 우크라이나로서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할 때 핵탄두 약 5000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약 170기를 보유,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면서 세계 4위 규모의 재래식 군사력을 가졌던 나라이다. 그런데 어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사냥감이 되었을까?

우크라이나는 1994년 12월 미국·러시아·영국 등과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였다.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보장하고 공격을 받았을 때 유엔안보리가 대처한다’라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각서에 따라 1996년 핵탄두와 ICBM 전량을 러시아로 실어 내고 폐기했다. 더구나 막강했던 재래식 군사력도 경제난과 부정부패로 인해 거의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

러시아 침공이 일촉즉발의 상태에 이르고 위기가 고조되자 우크라이나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소집과 함께 미국에 안전 보장을 이행하라고 촉구한 것도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양해각서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침공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고강도 제재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전쟁에 나서면 전 세계 경제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고,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여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하고 있으니 안타까움에 전 세계가 불안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현행 국제법과 국제 질서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파괴행위이다. 무력 침략을 허용하지 않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유엔헌장’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다.

우크라이나 헌법에 EU(유럽연합)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을 명시함으로써 촉발된 러시아의 안보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해야만 했다는 것이 푸틴의 주장이다. 더 나아가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기름 생산으로 국력이 강해진 러시아가 향수에 젖어 과거 동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겠다는 제국주의적 야욕이 그 이면에 깔려 있음을 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EU 가입을 원하는 다수 국민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EU는 물론 NATO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하며, 강대국에 이웃한 국가가 그 국가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자위 능력이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고전적 현실주의의 대가인 ‘한스 J 모겐소’는 “한 국가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위력을 갖거나 동맹국이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에 대항할 자위력도, 자국을 지원해줄 동맹국도 없었다. 동맹국을 갖기 위해 NATO에 가입하려 했지만, 이것이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 NATO 회원국이 아니었기에 나토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책임이 없고, 대러 경제제재와 같은 간접적인 지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자국민을 희생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도우려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제정치 상황은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약소국들의 운명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우크라이나의 현실은 강대국 중국에 이웃한 우리의 지정학적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보다는 자위력이 크고 미국이라는 강력한 동맹국이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오늘날은 경제와 안보가 밀접히 연계되어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한미 군사동맹을 넘어 반도체·기술동맹으로 더욱 발전시켜가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이 원활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후방 기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도 한일관계의 개선과 미래지향적 관계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적지 않다.

다 아는 바와 같이 6·25 사변은 세계전쟁사에서 유례가 없는 동족 간 전쟁으로, 휴전되기까지 3년 1개월 2일 동안 전쟁을 치렀다.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많은 인원을 보낸 UN군을 비롯해 미국은 자기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에 와서 많은 희생을 했다.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우리의 각오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웃의 전쟁을 지켜보며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역으로 깨닫게 된다. 차제에 그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함을 정부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지친 삶을 위로하듯 봄볕이 따사롭다. 새봄과 함께 슬기로운 지혜로 한반도 평화의 길을 다 각도로 돌아보았으면 한다. 전쟁과 평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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