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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삼불지(三不知) 지도자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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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2.20 15: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2020년 이후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이 송두리째 뒤집힌 상황이다. 점차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며 인간의 능력과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개발도상국이 아니며 이러한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UAE)의 사막 한가운데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벼 품종이 뿌리를 내렸다는 낭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사막에서 벼농사를 짓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난제인 사막화 방지와 식량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해진 것은 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배고픈 경험, 불굴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70여 년 만에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되고 선진국대열에 선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6·25 전쟁을 겪으면서 폐허와 가난으로 세계에서 최빈국인 나라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을까? 세계는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마음 한 구석 불안한 그림자를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우리는 그동안 건국 과정에서 공산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살려냈다. 6.25사변 때는 북한 공산군의 남침도 물리칠 수 있었다. 그 이후 남북체재 경쟁에서 승리하고 시장경제를 확립함으로써 국가안정의 바탕 위에 고도성장을 이루어 냈다. 그 시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잘살아 보세’의 구호는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 우리는 그 구호의 기치 아래 열심히 일하고 희망을 키워온 것이다.

다가오는 3월 9일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20대 대통령선거일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부동산 가격은 몇 년 사이에 갑절로 폭등하고,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 결혼도 포기하고 직장, 출산은 물론 미래도 포기하는 현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의 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와 그 변종들 때문에 국민은 불안한 가운데 살고 있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총체적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훌륭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혹자는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또 다른 사람은 정권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며칠 남지 않은 기간 불붙은 선거전을 지켜보며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정당별 후보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흠집 내기와 말꼬리 물고 늘어지기, 네거티브 공작에 혈안이 되어 있다. 또한 역대 대선을 돌아보아도 후보자의 흠결이 이렇게 많은 후보는 없었다. 국가의 지도자를 세움에 있어 최선이 아니라 최악 다음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냉소적인 반응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도자의 덕목 중에서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도덕성을 꼽는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범칙금 또는 과태료가 부과되는 법규 위반이나 경범죄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전과자이면서 중범죄를 짓고도 당당한 모습이니 한탄스럽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 또는 정당에 대해서는 조건 없는 선택적 지지와 정의, 불의가 구분되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와 피의자, 흑과 백, 양과 음이 혼돈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국가를 지탱해 주는 국민의 정체성과 역사관, 가치관이 바로 정립되어야 건전한 사회 건강한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저급한 구태를 벗지 못한다면 국민은 사분오열 흩어지게 되고 국토가 분단된 상황에서 국론은 분열되고 국력은 약화하여 국가경쟁력은 떨어진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과 후손들에게 남게 될 것이다.

지도자의 언행은 품격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자신의 인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그래서 공자의 가르침 논어에 삼불지(三不知)에서는 천명(天命)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禮)를 모르면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없으며 말(言)을 모르면 사람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나 정당들의 행태를 보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지도자의 품격은 태도와 말투에서 드러난다. 태도와 말투를 통해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도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규정했다.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선현들이 말조심을 신신당부했던 까닭이다. 복잡다기한 세상을 표현할 때는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 더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명색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정치지도층일수록 품격있는 언어를 구사해야 한국 정치의 품격도 따라서 높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언어와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지도자의 입에서 범죄자의 말투가 나오거나 저질적인 행동을 보이면 다수의 언중이 실망하게 된다. 말에는 그 사람의 품격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은 그 사람의 그림자이며, 언품은 대화를 이끄는 힘이다. 말과 문장이 지닌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다. 이제 우리 국민은 한시라도 주인의식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인인 만큼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100세를 넘긴 노철학자도 "좋은 지도자는 아첨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지 않고, 동료를 비방하는 사람을 멀리하며,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다"라며 모든 지도자는 정파적 이익이 아닌 지역사회와 나라를 위해 협치해야 국민적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한 말이 사뭇 가슴에 남는다.

대한민국은 건국 후 수많은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통령의 능력에 따라, 지도자의 품격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경험했다. 대한민국이 태평성대를 누리기 위해서는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품격있는 지도자가 누구인지 냉철하게 판단하여 투표하자. 그것이 대한민국을 살아갈 우리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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