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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정 해우소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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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1.03 15: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내면에 켜켜이 쌓이는 여러 가지 색깔의 수많은 감정을 우리는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생각처럼 누구에게나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때로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숨기기도 하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과 정 반대 색깔의 감정으로 포장하며 살아야 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마음 깊숙한 곳에 화병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우울증에 걸려 정신건강이 나빠지는 때도 있다. 요즘 TV 프로에서 유명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이 정신과 의사와 공개석상에서 고민을 상담하는 프로가 방영되고 있다. 방송을 보면서 과연 상담을 받는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시청자 앞에서 자신의 감정에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작은 의구심을 가졌다. 그런데 매회 진행되는 방송을 보면서 그런 내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절감했다.

대부분 유명인인 상담자들은 솔직하게 시청자에게 당면한 문제를 보여주었고, 감정이 격해지다 보면 진심 어린 눈물까지 흘리기도 했다. 감정이 깊이 몰입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평범한 시청자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작은 안도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멀게 느껴지고 화려해 보이기만 했던 유명인들의 모습에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며 평범한 우리네랑 멀지 않은 가까운 존재로 그들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우리는 내면세계에 쌓인 복잡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것을 풀 수 있는 어떤 취미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살아가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과부하로 일상생활이 힘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상담받는 프로가 생겨난 배경이 시청자들에게 깊이 공감이 갈 것으로 생각된다. 주어진 인생사가 모두에게 항상 즐겁고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환한 햇살이 비추는 하루하루가 따뜻한 일상이 될 수도 있고, 그런가 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예기치 않게 몰아치는 천둥과 벼락으로 혼란스러운 일상이 될 수도 있다.

요즘처럼 일상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감정 해우소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또 다른 건강한 내일과 대면하기 위한 오늘의 준비 작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무언가로 막힌 부분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표현하고, 친구나 신뢰하는 지인에게 털어놔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누적된 일상의 불순물을 내보내야 마음속에 새롭고 신선한 생각으로 다시 채워져 건강한 인생의 조각물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속마음과 달리, 때로는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자신을 승자처럼 보이도록 노력하는 자세도 가끔은 필요하다. 그렇게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행동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제로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나만의 일기장이 아닌 모두의 일기장을 써 내려가는 작업도 인생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계속된 코로나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해에는 우리 모두 막힌 곳이 있다면 뻥 뚫어 산뜻한 희망의 공기로 가슴을 가득 채워보자. 근심과 번뇌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메시지만을 가슴에 품고 모두가 바라는 희망의 기적을 다시 일으켜 보자.

“야망이 끝나는 곳에서 행복이 시작된다”는 ‘린다 피콘’의 어느 책 글귀가 지금, 이 순간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잡다단한 일들을 풀기 위한 수학 방정식의 정답은 바로 우리 자신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현명한 새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또한 감정 해우소가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의 소원이 다 이루어지는 새해를 감히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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