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들어가기 어렵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에 들어가서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2억까지 등록금을 내면서 졸업하면 돼요. 부모님께 미안하다면 시급 4320원을 받으며 하루 10시간, 1년을 편의점에서 일하면 1년 학비가 생겨요. 그 돈으로 어학연수 가고…성형수술 하면 대기업 들어갈 수 있어요. 어때요 쉽죠?”
그래서일까.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9월 실업률은 3%였다. 작년 동기대비 0.4% 떨어졌다는 말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이상하다. 대학에는 취업이 안 돼 졸업을 미루는 장수생들이 늘고 있고, 공무원.직업훈련학원 등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학생들로 넘치는데.
이른바 ‘통계에 의한 왜곡’이다.
정부 당국이 내놓는 공식 실업률과 국민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 사이에 큰 격차가 있음은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집이나 학원.고시원 등에서 혼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9월 현재 57만5000명), 파트타임 취업자, 쉬었음(165만여명) 등 수백만명의 사실상 실업자들이 ‘통계상 실업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내 적극적 구직활동을 했어야 하며 지난주 일이 제시됐다면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실업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수경 연구위원은 실업률 통계 설문방식을 일부 조정·보완하면 노동시장 현실에 부합하도록 실업률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잠재실업률의 경우 기존 방식보다 4배 이상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지난 26일 발표한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라는 보고서를 통해 황 위원은 “공식 실업률이 노동시장 상황을 판단하거나 고용정책의 기준을 제시하는 지표로서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대안적 조사 방식을 제시했다.
우선 구직활동 여부를 묻기 전에 취업희망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비구직 인정사유를 추가적으로 확인한다.
또 취업희망 여부 및 즉시 취업 가능성과 같이 주관적 의사를 묻는 질문에서 시점을 지난 1주로 한정하지 않고, 현재 시점까지 학장해 묻도록 했다.
이 방식에 따른 표본조사(서울지역 20대 청년층 1200명 대상) 결과 실업률은 4%(현행방식)에서 5.4%로 올랐다. 무엇보다 잠재실업은 4.8%에서 21.2%로 껑충 뛰었다.
이에 대해 황 위원은 “대안적 설문에서 파악된 잠재실업자의 경우, 노동시장 행태에서 순수비경제활동인구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 유의미한 실업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취업준비자와 ‘쉬었음’ 인구를 보다 개념화된 지표로 재구성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업의 세 가지 조건 중 일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불완전취업자나 잠재실업자는 완전실업상태는 아니지만 언제든 실업자군에 합류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규모와 동향을 파악해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