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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얼과 사람 사이 끈끈한 정 이어가는 ‘유천1동’

洞人時代(동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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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10.05 19:15
  • 기자명 By. 문승현 기자

지난 1991년 시작된 지방자치가 올해로 20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자치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합니다. 2할 자치로 통용되는 재정악화와 관 주도 행정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청인의 새아침’충청신문은 이에 지방자치 최일선에 있는 동 주민센터를 찾아 모범적인 민·관 협력 및 상생 사례를 발굴·보도하고자 합니다. 지역주민에 의한 진정한 자치 시대를 모색하는 데 현장만큼 좋은 곳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정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방금 잡은 물고기처럼 생동하는 우리 동네 이야기 ‘洞人時代(동인시대)’를 담담하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쉽지 않은 일이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한 시대 아닌가. 국민의 7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고 층간소음, 주차문제 등으로 인한 분쟁과 사건사고는 다반사가 된지 오래. 400만을 훌쩍 넘어선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개인주의와 이웃에 대한 무관심을 부채질한다.

예외도 있나보다.

이 동네는 지난달 27일 광주에서 열린 ‘제8회 추억의 7080 충장축제’ 거리퍼레이드 경연대회에서 대상에 이름을 올리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상금 500만원을 탔다.

전국 90여개 팀이 참가한 이 경연의 주인공은 바로 대전 중구 유천동 주민들이다. 버드내보싸움놀이보존회(회장 김재영)를 중심으로 110여명 주민회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평가단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유천동 버드내보싸움은 벼농사를 중시하던 농경사회에서 물을 대기 위한 보(洑)를 관리하면서 주민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우리 지역 고유의 민속놀이다. 이미 지난 1998년 제39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도 입상한 바 있다.

또 매년 음력 11월 3일이면 마을의 번영과 주민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가 거행된다. 지역공동체의 토속신앙 성격이 강한 이 제례는 약 450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1997년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됐다. 산신제를 모시는 산제당은 2평 남짓한 한칸짜리 건물로 안에 산신도가 걸려 있는데, 신선처럼 보이는 백발노인과 호랑이가 그려져 있어 신비함을 더한다.

제례 후에는 남은 음식으로 음복을 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한마당 화합의 축제가 벌어진다.

유천1동 주민센터 김제철 동장(55·사진)은 “우리 동은 인구 8000여명의 작은 동네지만 버드내보싸움놀이와 산신제, 거리제 행사 등 고유의 민속놀이를 계승·발전시키면서 도심 한복판에서 시골 같은 훈훈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살기 좋은 동네”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유천1동에서는 나눔과 봉사문화 확산을 통한 ‘모두 행복한 주민복지’ 실현을 위해 자생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이영표)는 홀몸노인과 경로당 회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여름나기’행사를 후원하는가 하면 윷놀이, 야유회, 체육대회 등에 적극 동참해 지역주민화합에 나서고 있다.

복지만두레(회장 이근식)는 저소득층 영양관리의 날 ‘에그데이(Egg Day)를 운영하면서 연4회 120세대에게 계란과 라면, 삼계탕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유천1·2동 등 4개 경로당에 점심을 제공하고 중평경로당에는 출입문과 간이부엌 등을 설치해 줬다.

지난 5월 새마을부녀회(회장 신은자)는 새마을협의회와 더불어 홀몸노인 100여명을 초청해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경로잔치를 벌였다.

자원봉사협의회(회장 구봉임)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버드내공원에서 노인들을 위한 무료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바르게살기위원회(위원장 윤병린), 방위협의회(위원장 김용덕), 자녀안심협의회(회장 김장복), 청소년지도협의회(회장 최경식), 남성·여성 자율방범대(대장 강성근, 박남순)에서 명절이나 연말 이웃돕기 행사에 참여해 더불어 살아가는 유천1동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도 성황이다.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노래교실에는 55명의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월수금 요가교실에는 38명이 등록돼 있다.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풍물과 댄스스포츠·일본어교실, 라인댄스까지 한 주를 빠듯하게(?) 보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작은 도서관’은 주민센터 1층 민원실에 설치돼 있어 오가는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여권의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 마을문고는 주말을 제외하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개방된다.

한편 유천1동 지역은 낡고 오래된 건물을 주상복합 형태의 뉴타운식 개발을 통해 새로운 명품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유천지역 생활권 통합정비계획에 따르면 유천동 일대 130만㎡면적에 도서관과 공공청사, 문화체육센터 등 복합커뮤니티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중고등학교 2곳이 신설되고, 교통체계도 개선될 예정이다.

버드나무가 수려한 장관을 이뤄 버드내 즉 유천(柳川)으로 불리며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마을. 호남의 관문 서부터미널과 유천종합시장, 서부종합시장 등이 밀집된 상업지역과 단독주택지역으로 구성된 작은 동네. 조상의 얼과 사람 사이 끈끈한 정을 얼기설기 이어가고 있는 유천1동의 질박함이 오늘날 이웃‘사촌’ 상실의 시대를 조용히 훈계하는 듯하다.

/문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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