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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는 부드러운 힘 ‘넛지’

간단한 아이디어로 현명한 선택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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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9.28 19:15
  • 기자명 By. 유진희 기자

 

- [사진설명]

1. 넛지의 시초라 불리는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소변기

2. 요즘에는 소변의 온도를 감지해 파리가 없어지는 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한다.

3-1.평소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 이용, 3-2. 피아노 소리가 나는 계단을 설치, 3-3. 피아노 계단이 신기한 사람들, 3-4. 대부분이 피아노 계단 이용

4. 축구의 경고카드를 연상케하는 고지서를 발행해 전기절약에 성공한 서울의 모 아파트 전기고지서

 

 

 

 

 

몇 년전부터 우리 주변에서도 조금씩 들려오고 있는 넛지(Nudge)라는 말이 있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의 ‘넛지’는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이다. 즉,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있는 상태를 말한다.

넛지는 리처드 탈러(Richard H. Th aler)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가 행동경제학의 용어로 개념화한 것으로, 그는 편견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을 부드럽게 ‘넛지’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넛지를 통해 사람들은 변화시킨 예는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이미 유명해진 동영상, ‘피아노계단’과 ‘세상에서 가장 깊은 휴지통’은 강요하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하며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바꾼 예시로 많이 인용된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롬에서 시도된 ‘피아노 계단’은 정부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지하철 출구에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있는데 편리한 에스컬레이터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계단에는 사람들이 가지 않자, 스웨덴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하고 에스컬레이터의 혼잡을 막기 위해 “계단을 많이 이용해 달라”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독려와 권장을 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그 때 나온 아이디어가 피아노 계단이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가 나는 재미있는 계단을 설치하자 오르내릴때마다 나는 피아노 소리에 많은 시민들이 신기해 했고, 전보다 3배 이상의 보행자가 계단을 이용하는 효과를 얻었다.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사람들은 거의 다 피아노 계단을 이용하게 됐다.

또 어느 공원에 여느 쓰레기통과 겉모양은 같지만, 쓰레기를 넣으면 한참 동안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는 쿵 소리가 나게 했다. 사람들은 당연히 자꾸 쓰레기통에 무언가를 넣으려 했다. 특히 어린이들은 그 소리를 듣고 싶어서 주위에 있는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어와 넣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공원은 깨끗해지고, 다른 쓰레기통보다 41kg이나 더 많이 모으게 됐다.

또 다른 유명한 사례는 ‘소변기에 앉은 파리’가 있다. 넛지의 최초 발상이라 불리는 이 아이디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시작됐다. 남자들은 소변을 보다 바닥에 흘리는 일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가 흘려야할 것은 눈물 뿐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한다. 그러나 스키폴 공항은 소변기 가운데 파리모양의 작은 벌레 모양을 그려 넣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남자들이 소변을 보면서 파리모양의 그림을 맞추려고 가까이 다가서서 소변을 보게 됐고, 전보다 흘리는 양이 무려 80%나 줄어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넛지는 이미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가장 큰 것은 현금인출기. 과거에는 현금을 찾을 때 돈이 먼저 나왔다. 하지만 돈만 들고 가 카드와 명세표를 두고 가는 사례가 많아지자, 지금의 인출기는 카드나 명세표를 뽑아야만 돈이 나오게 됐다.

냉장고의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을 때 들리는 경고음 역시 넛지가 적용된 사례.

사용자가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것을 알아챌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삐-’라는 경고음을 반복해 불필요한 전기 손실을 예방하도록 한다.

그 밖에도 전기절약을 유도하는 컴퓨터의 화면보호기,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다 손을 놓게 돼면 자동으로 작동이 멈추는 데드맨 스위치, 특정사이트 접속을 막아주는 청소년 보호용 프로그램, 사용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도망을 다니며 숨어 기상을 유도하는 자명종시계 ‘클리커’ 등이 있다.

대전에도 넛지를 이용한 사례가 나왔다. 얼마 전 불법쓰레기투기로 몸살을 앓던 유천 2동에서 한 할머니가 그 자리에 화단을 조성하자 쓰레기 투기가 사라진 일이 있었던 것.

또,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색을 입히면서 전기를 아끼는 시도를 했다. 같은 평수 세대의 평균보다 전력 사용량이 많으면 빨간색, 비슷한 수준이면 노란색이 들어간 고지서를 발송했다. 그 결과 첫 달은 전력 사용량이 5.26%가, 다음달에는 10.06%가 줄었다. 고지서를 디자인한 한국디자인지식산업포럼 서비스디자인연구소의 최미경 소장은 “고지서에 담긴 경고 메시지에 주민들이 반응해 전기 절약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이 행동을 바꾼 셈이다.

남들에게 ‘이렇게 변화하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변해보자’라고 슬쩍 던져주는 넛지의 강력한 힘은 복잡해진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나와 나의 가족, 회사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 조금이나마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보다 긍정적인 넛지들이 사회 곳곳에서 생겨날 것이다.

■ 넛지의 선구자, 리처드 H. 탈러

‘넛지’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전파시키고 관련 서적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리처드 H. 탈러(Richard H. Thaler)는 시카고대학 행동과학 및 경제학 석좌교수이자 경영대학원 의사결정 연구센터의 책임자이다.

또한 국가경제연구소의 연구원으로도 재직 중이다. 행동경제학을 경제학계에 알리는 데 기여해 왔으며, 의회에도 적극적으로 출석해서 ‘넛지’를 활용한 자신의 방법론을 제도권으로 들여왔다. 그의 이론에 기반한 저축플랜의 설계로 빚더미에 앉은 미국을 구한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자신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공로를 탈러에게 돌리기도 했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 교수로 꼽히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의 대통령들이 그를 주목하고 그의 조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증명된다.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도 여름휴가를 앞두고 청와대 전 직원에게 탈러교수의 ‘넛지’ 책을 선물하면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거기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탈러 교수가 ‘넛지’의 개념을 가미해 설계한 ‘점진적 저축증대 프로그램(Save more tomo rrow)’을 미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저축 장려책으로 채택해 발표하기도 했다. 호주의 케빈 러드 총리와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도 넛지 이론에 큰 관심을 나타내면서 탈러 교수를 만난 바 있다.

■ 넛지를 적용한 생각들

€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을 합친 가격은 1달러 10센트이다. 방망이의 가격이 야구공의 가격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그렇다면 야구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 5대의 기계로 5개의 장치를 만드는 데에는 5분이 걸린다. 그렇다면 100대의 기계로 100개의 장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분인가?

많은 사람들은 10센트, 100분이라고 답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숙고하여 문제를 풀면 정답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직관적으로 사고하는 특성을 이용해 사람들의 선택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법, 이것이 넛지다.

만약 당신이 심각한 병에 걸려 의사가 수술을 권한다고 상상해 보자. 의사가 ‘이 수술 받은 사람 100명 중에 90명이 5년 후에도 살아 있다’고 한다면 아마 수술 받았을 테지만, ‘수술을 받은 사람 100명 중에 10명이 5년 내로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면? 수술을 꺼릴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들어왔던 ‘빈 잔에 물이 반이나 차있다’ 와 ‘빈잔에 물이 반밖에 없다’의 개념도 결국 넛지를 설명할수 있는 내용이다.

정답은 1) 5센트, 2) 5분

/유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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