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찾아오고 싶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꿈 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문화를 즐기며 좀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1.09.04 18:38
  • 기자명 By. 충청신문/김송희 기자

 

-대전점자도서관 이상용 관장

“시각장애인은 이동에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그 제약들을 허물고 그분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도움을 주는 대전점자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입니다”

정확히 상대의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순 없지만 확고한 눈빛으로 말하는 그는 대전점자도서관을 이끌어 나갈 이상용 관장이다.

★ 새로움을 선보일 그가

꿈꾸는 도서관을 들여다 보다

대전점자도서관의 관장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회원들의 선출에 의해 결정되며 3년의 임기기간을 가진다. 지난 7월 6일 관장으로 선출, 그 다음날인 7일부터 관장으로서 근무를 시작한 이상용 관장은 반갑게 손을 내밀어 인사를 청한다.

허공을 향한 손과 상대의 눈과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그는 시각장애인 1급이다. 얼굴 한 가득 웃음을 머금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장애란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다’라는 틀에 박힌 교과서 적인 말도 거짓은 아닌가 보다.

반갑게 인사를 한 이 관장은 “대전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공간으로 문화생활을 폭넓게 하지 못하는 그들을 위한 곳”이라고 강조하며 “그러나 책만 빌려주는 도서관으로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점자도서관의 주 사업은 도서대출·점자로 찍힌 점자도서와 이야기를 테이프와 CD에 녹음한 녹음 도서를 제작해서 대여하는 일을 한다.

더불어 문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교수를 초청해 작문반을 운영하고, 시 낭송 자격증을 소유한 강사를 초빙해 시낭송 반도 꾸려나가고 있다. 또 이동이 불편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도서관 안에 스크린을 설치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회원들이 불편함 없이 영화감상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상용 관장은 “여러 기관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해 시행하려해도 움직임이 불편하기 때문에 원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시각장애인들이 일반 사람들과 같이 문화를 즐기며 좀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대전점자도서관이 가야 할 길을 닦아 놓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들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이상용 관장은 전국 점자도서관들의 정보공유를 위한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보다 강조했다.

정보습득에서 절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전국의 점자도서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 각 도서관에서 보유한 양질의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에게 정보습득의 간격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한 앞으로 전국 점자도서관의 네트워크 형성을 제외하고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자도서관 회원들에게 ‘행복나눔회’의 요리사 분들의 도움을 받아 한 달에 한번이나 혹은 두 달에 한번정도 생일상을 챙겨드리는 일이나 도배를 하시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회원의 집을 도배해 주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상용 관장은 “지난 7월부터 공식적으로 시각장애인 기관으로 인정받아 시에서 인권비를 받고 있지만 6명의 직원 중 4명밖에 받지 못해 2명의 인권비는 법인에서 충당하는 사정이라 내년에는 시에 이를 요구할 예정”이라며 “조금 더 많은 회원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갖춰져야 할 여건이 충족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새로운 대전점자도서관을

꿈꾸는 이를 돕는 그 사람

“회원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것, 접촉을 늘리고 회원의 편의를 생각하고 문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 도서관이아니라 문화관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대전점자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녹음도서는 3000~4000권, 점자도서는 약 5000권으로 자체제작하며 대여하는 일을 한다.

이동이 불편한 시각장애인 회원들을 위해 도서관의 한 대뿐인 차량은 중구·대덕구와 동구는 일주일에 두 번, 서구는 일주일에 한 번 집 앞까지 도서 배달을 하고, 다 읽은 도서를 수거해 오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보면 확실히 대전점자도서관의 주 업무는 도서대출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생계가 어려운 최상위 혹은 기초수급대상자들로 문화생활보다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무국장은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방송에 우리나라에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이 있다는 멘트가 나오면 코웃음 치며 들었다”며 “그런데 놀랍게도 있다. 단돈 천원이 없어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도서 대출을 주로 하지만 각종 문화 활동을 개최하면 회원들이 반드시 식사하고 갈 수 있도록 계획한다”며 “책을 빌려주는 것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관장님의 말씀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먹을 밥이 없고,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책을 읽을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라며 “많은 회원들이 일반 사람들처럼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한 일들로 받아들여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많은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과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대전점자도서관.

시각장애인들의 삶이 한 가지 색깔이 아닌 다채로운 색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대전점자도서관 사람들의 바람처럼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그곳에서 삶의 고단함을 잊고, 희망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김송희기자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