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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그들이 사는 세상의 언어’

청소년들과 소통위해 스마트폰 ‘청소년 은어사전’어플리케이션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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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8.01 19: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오늘 무도에서 미존개오 레알 간지 차도남, 역시 무도는 닥본사가 진리”

“시티헌터에서 이민호 박인영 대놓고 케미돋고 난리, 천재만 회장 오늘 레알 찐찌버거”

요즘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부모님 세대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도 그럴 것이 어르신들 입장에서 보면 ‘어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국어사전 근처에도 못갈 글자놀이냐’며 노발대발 할 일이다. 위의 문장은 청소년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말로,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다.

‘무도’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줄임말이고 ‘레알’은 영어 ‘Real’을 발음 나는 대로 읽은 것이다. ‘미존개오’의 ‘미존’은 ‘미친 존재감’의 줄임말이고 ‘개오’는 ‘개포동 오렌지족’이란 뜻으로 ‘미존개오’는 무한도전 멤버 정형돈씨를 지칭한다. ‘간지’는 ‘멋있다’, ‘차도남’은 ‘차가운 도시 남자’, ‘닥본사’는 ‘닥치고 본방 사수’를 뜻한다.

‘케미돋는다’는 말은 영어 Chemical→Chemi로 읽은 것으로 화학 작용할 때 쓰는 말이지만 주로 ‘남녀 간에 잘 어울릴 때’ 사용되며 ‘찐찌버거’라는 단어는 ‘찐따·찌질이·버러지·거지’의 줄임말이다.

과연 청소년들이 실생활에서 저런 말을 사용하는지 믿을 수 없겠지만 10대 청소년들이 많이 방문하는 게시판이나 커뮤니티를 가보면 위의 은어들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은어’란 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도록 구성원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말을 사용하면서 그 세계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소속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희용(18)군은 “말을 할 때 일일이 설명하기엔 말이 너무 길다. 짧고 간단히 쓰기에 좋고 서로 알고 있는 말이라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은어를 많이 사용한다”라며 “사실 우리는 말을 할 때 우리가 쓰는 말을 은어라 생각하고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조은진(16)양은 “습관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자주 사용하는 말은 부모님도 조금씩 이해하시는 것 같다”며 “대부분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혹은 인터넷에서 누군가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면 네티즌이 함께 반복적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청소년들의 은어사용을 막을 수 없어서 일까? 청소년들의 은어를 이해할 수 있는 ‘청소년 은어사전’이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영어사전이나 중국어사전과 의미를 모르는 은어를 검색하면 뜻이 나온다.

또한 은어를 어떤 상황에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친절하게 사례를 제시해 줄 뿐 아니라, 사전에서 원어민의 발음으로 단어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실제사용예제 듣기’의 기능을 선택하면 청소년의 억양으로 은어사용을 들을 수도 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박은수(43)씨는 “종종 아이들끼리 하는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설명해 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며 “지금보다 아이들이 더 자라면 더 다양한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할 텐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의 은어사용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다. ‘한글의 파괴다’, ‘부모와 자녀간의 언어단절이다’라는 말과 함께 국어순환 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고운 말, 바른 말 사용하기’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그들의 언어는 지속적으로 그 양이 증가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은어’가 결코 바른 언어는 아니지만 무조건 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은어사용을 하지 마라’라고 하는 것 또한 올바른 해결방법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과 선생님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들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때때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하지마라’라는 명령이 아닌 그들의 언어를 공부해 가면서 자녀 혹은 제자들과의 대화를 좀 더 유연하게 이끌어 가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김송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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