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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박 통신’, 현실과 소통한 지성의 원천이었다

8월 정년퇴임하는 김조년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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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7.26 19:47
  • 기자명 By. 뉴스관리자 기자

 

 

‘표주박 통신’의 주필답게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김조년 교수(65)의 정년퇴임 강연은 특별했다. 그 고별강연의 제목은 제자인 학생들에게 험난한 세상에서 사람답게 의연하게 살아가기를 아버지가 기원하듯 “청춘들에게 안부를 물었다”였다.

사실 ‘청춘에게 안부를 묻다’는 자신이 제자 한명, 한명에게 보낸 편지와 학생들로부터 받은 답장을 모은 책으로 지성의 스승으로서, 인생의 아버지로서 제자들의 갈 길을 담은 인생의 지침서였다. 그리고 표주박 통신은 한 학자가 한평생 깊게 판 학문을 현실과 접목시키는 지성의 노둣돌이자 원천이었다.

그는 고별강연에서 제자들에게 표주박 통신을 엮은 책 ‘청춘에게 안부를 묻다’를 나눠주며 “학문의 전당에서 많은 세월을 이렇게 학생들과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었던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조년 교수는 퇴임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도 “앞으로 할 일이 더 많고, 해야할 일도 많아 정년퇴임의 의미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진정한 자유인으로써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고했다.

- 내달 31일 퇴임을 앞둔 소감은?

▲ 제자들이 뜻을 모아 내 정년퇴임 기념 문집을 만들었다. 내달 27일에 전달받을 예정인데 너무 고맙고, 기대된다. 누구나 다 치르는 정년퇴임을 화려하게 마무리 하고 싶진 않다. 일선에서 떠난다는 생각보다는 더 알차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나의 재능이나 능력을 사회안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 많이 참여하고 많이 도움을 주고 싶다.

- 20년 넘게 ‘표주박 통신’ 운영하게 된 동기는?

▲ 지난 1986년도, 가을학기에 야간 사회사상가 강의를 했다. 당시 야간학생들은 수업만 듣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태라 서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이 못했다. 당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편지로 적고 있었는데, 마지막 시간에 강의평가를 하며 편지를 받고 싶은 학생은 주소를 적어 제출하라고 했다. 30여명이 주소를 남겨 편지를 보냈고 그 글이 학교 신문에 실렸다. 그 편지들이 표주박 통신 1호다.

교수가 학생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드문일은 아니라 학생들은 놀라면서도 굉장히 좋아했다. 대학은 강의가 끝나면 교수와 제자사이의 끈이 끊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 ‘표주박 통신’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 표주박 통신 1호를 시작으로, 1년동안은 사비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독자가 늘고, 편지 수도 늘어나다 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1년후부터는 후원금을 진행됐다. 제자, 친구, 학교 동료들이 많이 후원해 줘 운영이 가능했고, 지금도 후원해주고 있다.

- 수 많은 편지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 각 편지마다 의미가 있고 사연이 있다. 편지 내용을 기준으로 특별한 것을 고르기는 어렵다. 지난 1980 ~1990년대에는 지금처럼 컴퓨터나 이메일이 활성화 된 때가 아니라 직접 쓰고 직접 보내는 식이었다. 한 제자가 1만5000매의 봉투를 후원한 적이 있다. 그 봉투로 한동안은 마음편히 편지를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면지를 편지봉투로 만들어 보낸 사람도 있었다.

나는 거기에 더해 신문지를 편지봉투로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우체국에서는 발송할수 없다며 한동안 논란이 있었지만 환경운동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득해 결국 진행이 됐다.

- 6월 발간한 책 ‘청춘에게 안부를 묻다’는 어떤 것?

▲ 지난 2008년 3월부터 2009년 6월까지 1년 3개월동안 매일 아침 학과 학생들에게 한통씩 편지를 썼다. 학생 한명, 한명 이름을 붙여 쓰다 쓰니 약 480여통이 모였다. 사실 학생들 각각의 성향을 파악해 그 학생에게 꼭 필요한 얘기를 적어주진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생각의 거리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로 작성했다.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 줌으로써, 나와같이 공유할 수도 있고 학생들도 진지하게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 함석헌 선생이 창간한 월간지 ‘씨알의 소리’와 인연은?

▲ 지난 2009년 4월부터 편집위원으로 맡게 된 씨알의 소리는 197 0년 4월, 함석헌 선생이 바른 언론을 위해 창간한 월간잡지이다. 씨알은 일반 시민들을 뜻하는 것으로,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겠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지난 1965년 굴욕적인 한·일 협정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하던 시절, 함석헌 선생에게 한통의 편지를 보냈다. 함석헌 선생은 매번 나에게 답장을 해줬고, 직접 만나 가르침도 받았다. 가르침 속에 함석헌 선생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자라났고, 자연스럽게 잡지에 참여하게 됐다.

씨알의 소리가 창간된 1970년은 박정희 군부 독재 정권시대로, 창간되자 마자 박해를 받고 강제 폐간을 당했으며, 군사정부에 의해 내용이 많이 가려졌다.

폐간되고, 몇 년 뒤 다시 복간되고, 전두환 시대에 폐간됐다가 8~9년뒤 다시 복간되고… 이런 역경을 다 이겨낸 월간지이다. 역사가 담겨 있는 씨알의 소리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 ‘민주주의’, ‘평화통일’을 강하게 주장하신바 있는데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민주주의’란?

▲ 민주주의가 되려면 제대로 된 제도, 정치인이 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일반시민이 제대로 깨어있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보통 투표를 하면 권리가 행사된다고 생각하는데 투표는 권리행사이자, 포기이다. 한번 투표하면 향후 몇 년은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귀중하게 해야 한다. 값싸게, 돈 때문에, 지역 때문에, 친척이기 때문에 투표를 해선 안된다.

저 사람 말고는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투표하지 말고, 내가 지지하고 원하는 사람에 게 투표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축할 수 있다.

- 현 대전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이신데?

▲ 인간의 문명과정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이뤄졌다. 자연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기초다. 이것이 깨지면 복지, 사회 정책 등을 아무리 강조해도 의미가 없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한것을 반성하고 이제 부터라도 자연을 되살려야 한다. 환경을 위한 정책을 기대하지 말고 눈뜨고 깨어있는 시민들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나 자신도 반팔 티셔츠 한 장 없다.

여름에는 긴팔을 접어 입고, 겨울에는 펴서 입는다. 이면지도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한다.

자원이 넘치는 세상일수록 더 아껴써야 한다.

- 핸드폰이 없으시다고 하던데, 환경과 관련이 있는지?

▲ 환경을 위해 핸드폰이 없는건 아니다. 굳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요즘은 공중전화가 많이 사라져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동안은 휴대폰이 없다고 소통이 안되거나 힘들었던 적은 없다. (하하) 요즘 핸드폰은 전화의 기능을 넘어서 소셜 네트워크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해 약간 흥미가 생기긴 했다.

- 정년 퇴임 후 향후 활동 계획은 ?

▲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작은 건물을 빌려 도서실을 꾸며놓고 ‘탈 청소년’과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모아 인문학을 가르치고 싶다. 그들은 자신이 못난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자존감이나 회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삶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희망의 씨를 뿌리는 일을 하고 싶다. 씨를 뿌려 뜻이 같은 시민들과 융합해 함께 하고 싶다.

김조년 교수는 인터뷰 내내 소통과 참여를 강조했다.

제자와의 소통을 위해 20년 넘게 이어온 ‘표주박 통신’, 민중과의 대화를 위해 40년 넘게 참여한 ‘씨알의 소리’.

이제 바빴던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쉬고 싶어할 법도 한데 그는 아직 욕심이 많다.

그는 “어딘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고 확신하며 “퇴임후 그들을 찾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를 만나보니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내게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김 교수는 이미 ‘아름다운 마무리’를 ‘새로운 시작’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김조년 교수는

- 독일 괴팅겐 대학교 졸업

-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표주박 통신 주필

-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 한반도대운하반대대전충남교수모임 공동대표

- 풀뿌리 공동체 대전민들레의료소비자생협 이사장

- 묵자학회 초대회장

- 환경운동연합 前 의장, 現 집행위원

글·사진/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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