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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기승전·결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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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6.20 16: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모든 스토리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승전결(起承轉結)은 글쓰기에서 구조를 이야기할 때 자주 쓰는 용어다.기승전결은 한시(漢詩)를 지을 때 사용하던 동양적인 4단 구성방법이다. 대학 리포트는 보통 서론-본론-결론, 도입-전개-결말의 3단 구성을 따른다. 소설에서는 발단-갈등-위기-절정-결말의 5단 구성을 택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펼쳐지고, 끝나는 진행순서는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기승전결을 신봉했다. 인생에도 기승전결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의 결말은 어찌 맺을 것인가? 노심초사하며 살아왔다. 누구는 시작이 미미한 사람도 있고, 전개가 화려한 사람도 있고, 갈등이 여러 번 반복되는 사람도 있고, 결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지만 기승전결로 아우르고자 했다.

그러나 삶은 그렇지 아니하다. 억지로 기승전결을 만들 필요는 없다. 삶은 글의 구성이 아니다. 억지로 위기를 만들고 끼워 맞출 이유가 없다. 현실에서는 발단과 전개는 있어도 절정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작에서 바로 결말로 갈 수도 있다. 심지어는 결론이 없는 경우도 있다. 2단 구성이든 5단 구성이든 삶은 통째로 읽히고 있다. 클라이맥스가 없으면 어떠리. 짧은 글 두괄식도 좋고, 긴 글 미괄식도 괜찮다.

지방 선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당선사례 현수막과 낙선사례 현수막이 엉켜 있다. 가짜뉴스, 흑색비방이 난무한 기승전결. 보수와 진보, 정체성의 혼돈, 사필귀정(事必歸正)은 아직 멀다. 나라다운 나라, 적폐청산은 미적지근하다. 히스테리가 너무 심하다. 갑질은 집단 분노조절 장애를 표출하고 있다.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 협상은 흥정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협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 어그러진 시간을 되돌려 놓기 위해, 한반도가 움직이고 있다.

죽기 전에 또는 죽어버리면 끝이지. 그러나 죽음이 끝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다. 빼앗는 것이 승리의 전부는 아니다. 정당하지 아니한 쟁취는 패망으로 가는 덫일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의 뮤비에 열광한다. 기승전결, 그 끝은 무엇을 노래하고 있는 걸까? “날 사랑하자.” 좌절인가, 희망인가.

언어유희, 대화방이 소란스럽다. 기승전·치킨, 기승전·떡볶이, 기승전·술! 기승전·도루묵!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결론은 하나로 끝난다. 과잉 디스, 셀프 디스하기에 바쁜 자화상이다. 모든 것들이 ‘돈’으로 결론이 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돈’일 수는 없다. 견딜 수 없는 목마름, 어쩌지 못하는 가려움, 아무 것도 없는데 많은 것들이 있다. 해피엔딩, 굿엔딩을 기대한다. 천박하게 꼬인 스텝, 바로 걷자.

시인이 시처럼 살지 못하듯이, 화가가 그림처럼 살지 못하듯이, 헌법학자가 헌법처럼 살지 못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나처럼’ 살고 싶은 욕심을 우리는 갖고 있다. 시작과, 중간, 끝에 연연하지 말자. 손, 발, 잇몸을 깨끗이 닦자.

날마다 기승전결은 반복된다. 마무리하는 순간 또 시작이다. 평범한 일상이 아름다운 것이다. 삶은, 시도 아니고 그림도 아니다. 헌법 조항도 아니다. 행복은 정직함에서 온다. 거짓으로 상대방을 누르고 자기 자신마저 속이고 얻은 이득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착한 바보는 행복하다.

방탄소년단의 ‘기승전결’에 뒤끝 작렬이다. 날 사랑하자. 그래야 서로 사랑할 수 있음이다. 당신의 기승전·(결)은 무엇인가?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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