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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타인의 외모 말하지 않기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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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6.19 16: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지난주 마음을 끄는 두 가지 기사가 있었는데 하나는 부산 모 중학교 여중생들의 속옷 색깔 자유화와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 에 대한 기사였다.

근래 사람들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 것이 포스트잇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때도 노란색 포스트잇이 나부꼈고 구의역에서 실습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는 후에도 추모의 포스트잇 물결을 이루었다. 지난주 여중생들의 항의에도 학교건물 계단과 벽에 포스트잇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당당히 밝혔다.

하복을 입으면서 유색 속옷이 비친다고 복장검열을 한다는 것에서부터 아이들의 의사 표현이 시작되었다. 교칙에 따라 흰 속옷만 입으라는 지시에 속옷을 선택해서 입을 자유도 없느냐는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거센 포스트잇 반발로 학교 측에서 학칙개정 여부에 앞서 속옷 색깔을 스스로 정해 입도록 하는 임시조치를 취했고 곧 속옷 색깔을 규정한 학칙개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기사의 댓글에는 많은 여성들이 공감을 보냈다. 속옷을 고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 학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부터 자신들도 학창시절 같은 지적을 당하고 살았는데 그때는 아무 말 못하고 지내왔던 것이 후회된다는 댓글도 있었다. 또 멋있는 학생들, 따라오지 못하는 학교 등 여중생들의 당당한 자기 의사 표출에 긍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이런 여학생들이 어른이 되면 부당함과 차별에 항거할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 나도 그들의 쪽지 시위에 박수를 보낸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먹는다는 것을 줄이는 일은 참 어렵다. 살아오면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던 것 같다. 해보지 않는 다이어트가 없다.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다 해봤다. “다이어트 이렇게~” 하자는 책부터 “다이어트 절대 하지 마라”는 책까지 섭렵했다. 그런지 수 십 년 아직도 다이어트에 목 매고 있다. 며칠 전 만났던 지인의 첫 마디가 “너 살이 쪘구나”였다. 그렇게 많이 쪘느냐고 물었더니 “그래 좀 빼야겠다. 더 찌면 보기 싫겠어. 남 앞에 서는 사람이 자기 관리가 안 되면 곤란하지”였다. 그 말에 충격을 받아 다시 다이어트 모드로 돌입을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최근 1~2년 사이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가 패션업계를 통해 새로운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단다. 미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몸을 사랑한다는 트렌드이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자아정체성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바람이 일고 있어 또한 환영할 일이다.

한국여성민우회에서 2015년~2016년 동안 펼쳤던 일주일 동안 타인의 외모 말하지 않기에 대한 캠페인을 벌였던 일이 생각난다. 그 당시 한번 해 보자고 시도를 했었는데 일주일을 고사하고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실패했던 기억이 새롭다.

사실 우리는 친구를 만나거나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첫마디가 “예뻐졌네~”라고 말한다. 중년이 된 후로는 “하나도 안 늙었네~”를 기본 멘트로 날리고 그 다음 “ 옷 멋있다~” “살 빠졌네~” 등 대부분 신체에 대한 언급으로 말문을 연다. 말 하는 사람은 쿠션언어로 하는 말인데도 상대방은 그 말에 기분 좋아지거나 상처 받을 수 가 있다. 지난주 나처럼 말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나이 먹어 왜 살을 빼는데 집착하느냐고 한다. 그러면 건강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내면은 예뻐지고 싶은 욕심이 건강보다는 앞서는 게 사실이다. 나이 먹은 나도 이러니 젊은 사람은 오직 할까.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우리 사회에 고질병으로 자리 잡아 쉽게 바꿔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내 개인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대 미인은 어떠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홍수를 이루고 거기에 맞춰 따라 하기 바쁘다. 초등학생까지 화장을 하는 사회가 되어버렸으니 바꾼다는 것이 불가능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때 자기 몸 긍정주위 확산을 은근히 기대한다. 이것 또한 우리 한사람 한사람 의식이 변해야 되겠지만 말이다.

이번 주 오픈강의에는 학생들에게 타인의 외모에 대해 말하지 말기 일주일을 실천해 보자고 말해야겠다. 이번에도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시도하고 또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 몸 긍정주의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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