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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말로 바꾸는 변화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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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6.18 15: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말 많고 사연 많았던 선거가 끝났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23년 만에 60% 이상의 투표율로 나타났다. 선거가 끝난 후 대중매체를 통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결과를 내 놓았다. 그 중 한 전문가는 촛불집회부터 시작된 관심이 정치에 대한 참여로 이어졌다고 했다. 촛불집회를 통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투표율이 높아진 요인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짧은 문구를 넣어 현수막을 걸고 홍보하였다. 후보자들을 곳곳에서 만나면서 그들이 건네는 인사말을 여러 번 듣게 되었다. 유권자를 대하는 그들의 말은 평소보다는 더 강하고 진정성이 엿보였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작은 읍이라 후보자간에도 친분이 있는데 경쟁구도에 서 있었다. 또한 유권자들도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후보자에 대한 얘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의도치 않는 실수를 자주 하는 지라 나는 더욱 조심했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들은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민의를 대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선거에서 낙마한 사람 중에는 흔쾌히 패배를 인정하며 지나쳤던 언행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선거를 치르면서 후보자들의 말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았다. 후보자를 판단하는 것이 공약과 약력 등이 적힌 선거홍보물임을 감안해 볼 때 대면을 통한 만남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었다. 사람은 심리로 움직이는데 그 심리는 말로 나타나기 때문에 나는 후보자의 말투를 보았다. 말투에서는 사람 됨됨이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긴장되는 유권자의 만남에서 말실수를 하는 후보자는 거의 없겠지만 어느 후보자의 예의 없는 말은 아직까지도 언짢은 감정으로 남아있다. 생각보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이 적다고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던 것이다. 편한 자리라 그렇게 말했겠지만 가볍게 말하는 평소의 말투가 은연중에 나왔을 것이다.

지인 중에 차분한 성격으로 남의 험담을 거의 하지 않는 분이 있다. 항상 올바른 판단으로 사람을 대하고 객관적인 자세가 부러울 때가 많다. 나는 감정에 치우치는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또한 시간에 쫒기는 일을 하다 보니 누군가의 대화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설레발치며 말을 막아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 언니가 어느 날은 내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듣더니 말투에 대한 조언을 했다. 다른 사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아 알아’라고 성급히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 뒤 나의 말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정말 나는 그런 버릇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는 그게 더 심한데 남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할 말이 끝나면 전화를 ‘뚝’ 끊어 버려서 매번 지적을 받곤 했었다. 그 뒤 의식적으로 한 박자 쉬고 상대방의 말에 대답하고 귀 기울여 들었다.

얼마 전에는 지인이 던진 말 한마디로 상처를 받아 속을 끓였다. 그 자리에서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해서 억울하기도 했는데 상대방은 까맣게 잊었으리라. 강자에게는 유하고 약자에게는 말을 거르지 않고 하는 그의 말투를 오랫동안 봐 왔으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혼자 묻어 두기로 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그 사람과의 사이에 벽을 하나 만들었다.

선거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지역 주민과 지역을 위해 일할 당선자 사이에는 벽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주민의 뜻을 대변하는 그들의 말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 힘은 함부로 쓰면 스스로를 겨누는 활시위가 될 것이다. 부디 그들의 말이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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