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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차례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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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3 18: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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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구 수필가

지난 해 12월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그리고 올해 1월의 밀양의 요양병원 화재로 많은 인명이 다치고 생명을 잃어 전 국민이 우울해 했었다. 그런데 2015년 나주 요양병원 화재시에는 경미하게 다친 사람이 몇 있을 뿐, 큰 인명피해가 없었다. 왜 그럴까? 필자는 세 건의 화재 관련 뉴스를 나름대로 수집하여 분석해 보았다. 물론 건물 마다 특성, 지리적 특성, 신고의 시간차, 당해 소방관서의 대응방법 등이 모두 달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별한 차이는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응 방법-평상시 훈련 등 의 차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나주에서는 초기 진화는 물론 환자들을 대피하는 매뉴얼을 평소에 훈련하여 비상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결과가 인명 피해를 줄이는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대피 훈련은 차례를 필요로 한다. 대피로에 많은 인원이 갑자기 모이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병목 현상에 의해 탈출이 어렵다. 그래서 보통의 훈련시에 차례대로 대피하도록 훈련을 한다.


차례(次例)는 순서(順序)이다.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의 삶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혼란을 방지하고 모두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가끔 은행에 간다. 출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대기표를 뽑는다. 대기석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번호가 불리워지거나 전광판에 자신의 번호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은행에서 사용되어 온 대기표 제도는 이제 관공서의 민원처리, 식당이나 휴게소 등에서, 병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새치기하고자 눈치 볼 것도 없고, 새치기한다고 다툴 필요가 없다. 그만큼 대기표는 일상 생활화되어 있다.


그런데 그 대기표를 뽑으면서 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오죽 차례를 지키지 않았으면 저런 걸 만들어야하나?’ 어떻게 보면 차례 지키지 않는 우리를 강제로 얽매여 놓는 벌 같기도 한다. 대기표가 없을 때를 회상해 보면 창구 앞에 가로로 줄을 서서 먼저 통장을 내밀고 은행직원이 받으면 되었다. 그 순간, “내가 먼저 왔는데, 왜?” 그리고는 새치기 한 사람과 다투고 은행직원만 욕설을 먹는 경우가 간혹 있었음을 생각해 본다. 어쨌든 대기표 덕에 은행 직원도 편하고 대기실도 조용하고 차례를 갖고 다툴 일이 없어졌다.


기차역에서는 승차권을 살 때,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곳이 표기된 곳이 있다. 또한 말뚝을 세우고 줄을 띄워 한 사람만 통행하게 한다. 모두가 보는 곳이니 새치기를 할 수 없고, 혹, 새치기를 하면 여러 사람이 “차례 지키라”는 원성을 듣게 되어 새치기하기도 어렵다. 오는 순서대로 하면 되는데 그렇게 안되니 줄을 띄워 놓는다. 그 줄을 보면서도 또한 서글픈 생각이 든다. 꼭 우리에 갇힌 가축 같기도 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며칠 전, 대전의 모 대학에 일이 있어 갔었다. 마침 승용차를 수리하게 되어 시내버스를 탔다. 일을 마치고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승강장에 오는데, 10여명 대학생들이 한 줄로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오는 학생들도 말없이 그 뒤에 차례로 줄을 선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여학생들은 갖고 있던 책으로 부채질을 하고, 남학생들은 땀을 흘리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 승강장 안내판 옆에 작은 가로수가 하나 있어 그늘을 만들고 있었지만 학생들은 길게 한 줄로 서 있었다.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아, 바로 저 모습이다“ 차례를 지키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보는 듯 했다. 버스 승강장에서 차례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도시의 아름다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필자는 대전역 앞에서 버스를 많이 탄다. 탈 때마다 짜증스럽기도 하다. 가로로 길게 늘어진 사람들, 버스가 정차하기도 전에 차도에 내려서는 사람들, 옆 사람을 밀치고 버스 문 앞으로 달려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비교적 나이 많은 분들도 있다. 위험하기도 하다. 승차하면 자리 양보도 받을 만 한데, 꼭 그렇게 빨리 타서 앉으려고 하는 것인지….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차례 지키기를 배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 차례 지키기이다. 그런데 1학년 2학년들은 잘 지키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고등학교에 갈수록 차례 지키기가 잘 안된다는 것은 필자만의 편견인지.


올해 여름은 일찍 온 만큼 더 덥다는 기상청의 예보이다. 그러잖아도 짜증스런 일들이 많이 생기는 요즘, 작은 질서 하나 지키지 않아 주변에 짜증스러움을 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종구 수필가 <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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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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