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는 여러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번째는 투표일 전날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에 가려 역대 최악의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번째는 그런데도 사전투표는 예상외로 20%를 넘어 전국 단위 투표로는 지난 대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본 투표도 이런 현상을 보일지는 미지수이다. 세번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책대결이 아닌 네거티브 공세가 기승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현상을 비추어보면 이번 지방선거는 기대와는 달리 큰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선거가 막판에 달하면서 정치혐오와 선거 무관심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없다. 각종 의혹을 놓고 여야 후보들이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이른바 진흙탕 싸움에도 진상이 뭔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지는 첫 지방선거이다. 지방정부의 각종정책은 지역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고 민생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대전 충청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작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어느 후보가 지역발전 차원에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역량을 지녔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중앙과는 달리 지방을 변화시킬 동력은 자치단체장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에서 나온다. 아직도 선거공보물을 보지 않았다면 오늘이라도 열어 보고 지역의 미래를 밝힐 사람을 골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투표장을 찾아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것을 주문한다. 오늘 이 시점에서 이것보다 중대한 사안은 없다.
다행히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최종 확인 결과 20%(20.14%)를 돌파, 전국 단위 선거로는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보였다는 소식이다. 이는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율 보다 높은 수치이다.
정치권은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어선 것을 놓고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사전투표에 반영됐다며 본 투표도 높은 지지율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높은 사전투표율은 본 투표율이 분산된 것이라며 전체 투표율에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전날 열린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해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선거는 유권자들이 해당 지자체장과 교육감 그리고 지방의원들을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인 유권자들이 강 건너 불 보듯 구경꾼이 돼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4년간 지역살림을 챙기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선거다. 그 소중한 책무를 잊는다면 향후 지역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네거티브 공세 속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그 결과는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후보들은 정책 경쟁보다는 경쟁후보에 대한 비방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방선거가 과열되고 혼탁해져서는 안된다.
과거에는 선거를 앞두고 삼삼오오 모이면 인물과 정책공약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광경을 보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르다. 정책공약은 실종되고 정치인 스캔들이 화제가 되는 한심한 모양새다. 그것뿐이 아니다. 시장 도지사 후보는 알아도 교육감이나 기초의원들은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가 우려되고 있다.
본지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정에 배달된 선거 홍보 유인물을 다시 한 번 챙겨 읽어볼 것을 주문하고 있는 이유이다. 오늘은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