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화 속으로] 일상과 일탈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8.06.04 17: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어제의 흔적들이 널브러져 있다. 공원을 중심으로 빽빽하게 세워졌던 천막 기둥이 제거되고 품바촌이 사람들에 의해 해체되고 있다. 하루 동안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저녁 나절에는 신기루처럼 모든 것이 사라졌다.

3월부터 음성 군민을 대상으로 열린 ‘축제 아카데미 수업’을 듣게 되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몇 번 결석은 했으나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하였다.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로부터 축제에 대한 여러 가지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내 지역의 축제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음에 조금 부끄러웠다. 축제가 지역의 발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게 되었고, 축제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올해 문화관광부 유망축제로 선정된 품바축제는 열아홉 번째를 맞이했다. 예총 회원으로 첫 회부터 빠짐없이 참여했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예총 회원 모두가 발 벗고 나섰고, 준비부터 참여까지 힘든지 모르고 열심히 즐겼다. 거지 옷을 만들면서 호호거리고 거지 분장으로 망가지면서 신나게 놀았다. 이젠 모두가 바빠지면서 그런 소소한 재미는 없지만 여전히 열정적인 예총회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내가 속한 협회에서는 품바의상과 교복체험을 맡았다. 그 중에서 우리 동인회는 품바의상을 담당했는데, 축제장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돈을 받고 의상을 대여했는데 예상 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두루마기 형식의 옷에 염색으로 거지 옷을 표현했는데, 거지 옷 같지 않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어떤 분은 행사장 곳곳을 누비는 치마저고리 행색이 마음에 들었는지 찾기도 했다.

축제의 꽃인 거리퍼레이드가 있는 토요일에는 행사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의상 대여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빌려가고, 그 옆에 분장코너는 길게 줄을 섰다. 저녁 나절 거리퍼레이드를 준비하면서 모두가 바삐 움직였다. 퍼레이드에는 각 읍면 주민자치 뿐 아니라 사회단체 기관, 예총 등 다양하게 참여하였다. 특히 각 읍면에서는 퍼레이드를 위해 사전에 여러 번 주민들이 만나 아이디어를 모으고 옷을 만들었다. 축제기간에는 각 읍면에서 만든 움막에서 노래를 틀어 놓고 춤판이 벌어졌다. 각 읍면장님은 얼굴에 분칠을 하고 지역 주민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축제장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흥이 났다.

퍼레이드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팀마다 각기 다른 의상과 분장으로 색깔을 표현했다. 문인협회는 교복을 입고 참가에만 의의를 두고 길을 걸었다.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퍼레이드를 보고 있었다. 그 분들을 보면서 아무 준비 없이 참여한 것이 부끄러웠다. 길가에는 퍼레이드 행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즐기는 분도 보였다. 시장통 근처에서 한동안 머물면서 길가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두 명의 여자 분을 우리 팀으로 잡아끌었다. 분칠한 얼굴 때문에 용기가 났는지 빨간 립스틱을 구해 두 분께 분장도 해 드렸다. 두 분은 자매로 언니네 집에 놀러왔는데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끝까지 함께 했다.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하신 것만으로도 우리 팀은 성공이었다.

축제는 재미와 일탈성을 기본요소로 갖추어야 한다.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껏 즐기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퍼레이드에 참여해 즐기는 자매를 보면서 그들의 행복이 전이되는 듯했다. 5일 동안 열린 축제의 기를 받아 에너지 넘치는 일상으로의 복귀다. 누구나 한번쯤은 일탈을 꿈꾸듯이 내년에는 더욱 특별한 축제가 되길 희망한다.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