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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추천도서, 권장도서와 내가 읽고 싶은 책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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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27 15: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우리 사회가 책을 멀리하기 시작한 것이 꽤 오래됐다. 당최 책을 읽지 않는다.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이어온 독서 습관이 이리도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인류가 책을 만들어 읽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 지가 5000년이다. 5000년을 이어온 독서문화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각종 뉴미디어가 쏟아내는 현란한 이미지와 동영상이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더니 급기야 독서를 무너뜨렸다.

대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상징성도 갖고 있는 향토서점의 대표를 만나 한동안 독서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자신의 말을 귀 담아 들어주는 상대라는 확신을 주자 그는 작심한 듯 평소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독서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뿜어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는 문화의 확산이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전국에서 서점이 줄 폐업하고 있다. 설상가상 대기업 서점의 공세에 지방 서점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충분히 수긍이 된다.

그와 나눈 많은 이야기 중 몇 가지는 충분히 수긍이 됐다. 그는 우선 전집류 도서의 구매를 통해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는 부모들의 잘못된 선택을 지적했다. 필요한 책을 본인이 직접 골라서 구매하고 그것을 읽게 했을 때 최적의 독서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판형과 형식으로 구성된 책을 수십 권 읽게 하는 것은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싫증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독후감 쓰기를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억지로 독후감 쓰기를 강요할 때 책을 지겨운 대상으로 여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책을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억지로 추천도서를 선정해 그 책을 읽게 하는 것도 독서문화를 퇴보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해야 책과 친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 또한 설득력 있게 들렸다. 각자의 성향이나 관심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강압적으로 특정 책을 지목해 독서를 강요한다면 독서를 멀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본인의 의견을 존중해 직접 책을 고르도록 해야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설령 고르는 책이 만화라고 해도 상관없다. 좋은 내용을 아이와 청소년의 수준에 맞춰 읽기 쉽게 만화로 제작한 책이 세상엔 너무 많다. 만화 읽기에서 시작해 독서를 습관화시킨 사례도 많다. 만화라는 형식을 빌렸다고 해서 양서가 아니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책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는 외식을 다섯 번 할 때마다 단 한 번이라도 도서관 또는 서점을 들러 온 가족이 책을 고르고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실제로 외식에 사용하는 비용의 1할이라도 책을 구매하는데 사용한다면 훌륭한 가정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사치품과 맛있는 음식에는 관심을 갖고 비용을 지출하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단 한 권의 책을 구매하지도 않는 가정이 우리 주변엔 너무도 많다. 소비수준이나 학력수준은 세계적이지만 독서량이 일천하기 짝이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전의 전민중, 오정중, 용운중, 가수원중 등은 토요일 시간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서점 나들이를 하고, 학생들이 직접 자신이 일고 싶은 책을 구매하도록 해 학교도서관을 학생들이 원하는 책으로 채웠다고 한다. 그에 따른 성과는 놀라웠다. 학습 성과가 크게 개선된 것은 물론이고 학교도서관의 이용률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나아가 학교도서관의 이용증가는 인근 공공도서관의 이용증가로 이어져 독서문화가 마을 전체로 확산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국가적으로 엄청난 부를 이루어냈다. 5000년 역사를 통해 이렇게 배부르게 먹고, 좋은 옷을 입으며, 좋은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본 일이 없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살면서도 문화의식은 아직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독서문화의 후퇴와 결코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국가들과 비교할 때 대한민국 국민의 독서량은 창피한 수준이다. 책을 멀리하는 민족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는 작은 실천은 독서문화를 끌어올리는 초석이 된다는 서점 대표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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