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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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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5.16 15: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브랜드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예(禮)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예의 기본은 효(孝)가 뒷받침해 왔다. 조선시대의 법전인 경국대전에도 불효는 큰 죄로 인정했다.

요즘 들어 보면 효라는 사상이 우리들 삶에서 좀 등한시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현대적 효 개념 정립이 안 되는 것인지 학교에서도 효교육을 강조해 왔고, 효지도사라는 민간자격증도 생겨나고, 효문화진흥원 등 관련 기관이 대전을 비롯해 전국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안돼서가 아니라 더 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본다.

5월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스승의 날, 입양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족을 생각하라는 날들이 많다. 가정의 달에 어른들은 자녀를 위해서 부자(父慈)하는데 자녀들은 얼마나 자효(子孝)하는지 부자자효(父慈子孝)라는 말에 비추어 보고 싶다.

며칠 전 친지의 모친상에 가려고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40대 초반의 어머니와 중2 정도의 여학생이 대화를 하면서 온다. 학생은 긴 의자에 앉고 어머니는 서서 “집에 가서 저녁 먹고 가”하고 하니 “아이참, 안 먹겠다는데 왜 자꾸 먹으라고 해, IC8 열 받아 죽겠네. 라고 한다. “저녁 때니 저녁은 먹고 가야지”, “IC8, 잔소리 좀 그만해. 내가 요새 엄마 땜에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알기나 해” 소리를 빽 지르고는 벌떡 일어나 제 엄마를 째려본다. 그러고는 멜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핸드폰을 찍어 대며 걸어간다. 엄마는 뒷모습을 보며 아무 말 없이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장례식장에 들려 문상을 했다. 친지의 누나는 눈꺼풀이 붉게 부을 정도로 울고 있다. 좀전의 그 중학생과 대비가 된다. 뉴스에서는 노인 학대의 열에 여덟은 가족과 친척이고 그 중에 반이 자식들이라고 조사 통계를 보도하고 있다. 몇 년 후면 인구의 20%가 노인이라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고 한다. 노인들을 공경하는 것은 예의 근본이고, 이 사회를 지탱해가는 원천이다.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늙는다. 한밭대 평생교육원은 어버이 날 맞아 76세 이상의 교육원생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늦은 나이에도 학업에 열심히 어르신들을 본받고자 했다고 한다.

성경의 십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치며 솔로몬의 잠언에서는 ‘아비의 명령과 어미의 법을 마음에 새기면 잠자리에서도 보호를 받는다’라고 권면하고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부모를 섬김에, 부모님의 잘못을 말씀드릴 때는 부드럽고 완곡하게 말하고, 들은 후 내 말을 받아드리지 않더라도 공경하며 부모님의 뜻에 거슬려서는 안 된다. 힘들어도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事父母, 幾諫, 見志不從, 又敬不違, 勞而不怨)’라고 했다.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물론 잘못된 일이 아닌)이 효라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 자식을 기르고 손주들을 보았다. 일이 생겼을 때, 자식들의 뜻에 어긋나지만 내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 줄 때 흐뭇하다. 자식이 애비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좋다. 요즘은 가끔 고민거리가 생기면 자식들에게 자문을 구해본다. 신 개념의 현대적 사고방식을 체득하기 위해서이다. 미처 생각지 못한 해결의 방법을 들을 때는 대견하기도 하다.

못나고, 부족해도 부모가 있기에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서 있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이라도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반포지효(反哺之孝)’는 이 땅의 자녀들이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다. “엄마 땜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그 학생의 눈초리에서 언젠가 뉴스에서 본 모 정치인의 레이저 발사라는 말을 실감했다. 정말 레이저가 나오는 듯 한 그 눈매에서 같은 어른으로 서글픔을 느꼈다.

아이들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누가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자문하면 필자 역시 부끄럽다. 지난 날 부모님 꾸중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지금은 회한에 젖기도 한다. ‘효자 집안에 효자 난다’는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본다.

어른으로써 부모로써 과연 당당한가를 생각한다. 맹목적인 자식사랑이 과연 얼마나 많은 정신적 충족감을 자녀들에게 주고 있을까? 당당하고 권위 있는, 모범된 모습으로 자녀들에게 비춰지고 있는가? 작은 질서를 지키며 규칙을 어기지 않는 모습에서부터 말과 행동의 일치된 삶과 난관을 꿋꿋하게 극복해 가는 존경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작은 것에 감사하며 이웃과 정을 나누고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로움을 보여주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

푸르름이 더해가는 5월, 가정의 달이라는 이 5월에 가정의 질서와 사랑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엄마 땜에 열 받아 죽겠네”라는 학생의 입에서 “엄마 땜에 즐거워, 사랑해”라는 말이 나오는 5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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