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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커피, 맛에 반하다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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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16 16: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커피믹스의 황금비율이 빚어낸 맛을 잊지 못해 아주 가끔은 인스턴트 커피를 마신다. 처음 원두커피 전문점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카페에서 주로 찾던 것은 달달한 휘핑크림이 올라 간 카페모카였다.커피이름도 생소해서 매번 ‘크림 올라간 것’이라는 묘사를 하며 주문을 하였다. 달콤한 커피에서 아메리카노의 맛을 알게 된 것은 1년 정도 되었다. 작년에 논문을 지도받으면서 교수님이 직접 내려 준 커피를 마시면서부터다. 글을 쓰면서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는데, 논문작업을 하면서 하루에 세 잔 이상의 커피믹스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에 대한 입맛이 변한 결정적 계기는 대학교 국제교류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다. 수업이 끝난 후 교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과 김밥 한줄이 차를 이동하면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되었다. 학교 내 카페의 주인은 상냥하고 친절한 분이셨다. 그 분 때문에 수업가는 날이 힘들지 않을 정도로 몇 달 간 거르지 않고 마셨다. 커피의 진한 정도를 표현하는 ‘원샷(shot)과 투샷’의 차이도 알게 되었다.

커피를 마실 줄 아는 사람은 에소프레소를 주로 마신다고 한다. 아직 에소프레소를 마실 줄은 모르지만 예전에 이탈리아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것 중의 하나라는 가이드의 추천으로 에소프레소를 마셨던 생각이 난다. 에소프레소는 진하고 쓰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탈리아에서 마셨던 에소프레소는 부드러운 커피향의 풍미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얼마 전 TV에서 강릉 커피거리가 방송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카페마다 자신의 색깔을 찾고 자신만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커피를 만들고 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개성이 있는 것처럼 커피에도 다양한 세계가 존재했다.

이제 나도 커피 맛의 차이를 조금 느끼며 마신다. 주변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커피를 만들어 즐기고 있다. 요즘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원두를 로스팅을 직접하는 근처 카페에서 사 와서 마신다. 예전에 한국어수업을 받던 외국 친구가 선물한 커피를 핸드드림처럼 내리는 잔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누가 사향고양이 원두를 줬다. 궁하면 통한다고 가는 기계가 없었지만 처음에는 절구에 갈다가 믹서기에 갈아 사용했다. 커피에 대해 알지는 못했지만 커피내리는 기계에 넣고 마시는 것과 핸드드립에는 차이가 있었다. 원두를 로스팅하는 방법과 물의 온도 내리는 방법에 따라서 맛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에소프레소를 기본으로 다양한 커피종류가 만들어 진다고 한다. 에소프레소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나 타고남이라고 한다면 그에 가미되는 다양한 방법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내적, 외적 요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에소프레소를 기본으로 다양한 맛과 향기를 내면서 누군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잠깐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밥을 먹은 후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고, 무언가 집중해서 일할 때 커피를 마시기도 하면서 이제는 일상에서 중독되어 버린 것 중의 하나가 되었다. 믹스커피에서 아메리카노로 입맛이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로 인해 일상의 피로감을 덜어내고 있다. 어느 때는 내가 한 잔의 커피가 되어 누군가의 위로감이 되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내가 커피 맛에 반해서 길들여진 것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커피 한 잔을 내리는 거실 안으로 진한 향이 퍼진다. 에소프레소의 풍미가 느껴지는 한 잔의 커피가 기분 좋은 아침이다.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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