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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파주를 가다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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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15 16: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아름다움을 보게 되면 우리마음에 미감이 생성되어 생활에 정서적 안정감이 있게 된다. 우리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주위에는 듣고, 느끼고, 볼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무심히 지나쳐 버리기보다는 깊은 생각과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자세히 드려다 보면 의외로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지난 4월초 우석대학교에서는 건축학과 학생들과 함께 고등학교 건축동아리 학생들을 초청하여 건축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파주출판단지와 헤이리예술마을을 탐방했다. 학교를 떠날 때는 회색빛 하늘에 빗방울까지 맺혔는데 파주에 당도하니 고운 햇살이 우리 일행을 맞는다.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 방향으로 가다 보면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들의 고향, 파주출판도시를 만난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드는 곳에 자리한 국가문화산업단지로 250여 개 출판 관련 업체가 모여 책을 만드는 책의 도시다.

파주 출판도시는 그대로가 거대한 건축전시관이다. 국내외 건축가 40명이 설계에 참여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알바로 시자의 건축 작품을 비롯한 120개가 넘는 건축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니 가슴이 설렌다. 1997년 국가산업단지로 결정되어 갈대밭 위에 건축물이 세워지고 21년이 지나 꿈의 도시로 탈바꿈 되었다.

도시는 3층 이하 나직한 건물들로 조화를 이루어 평온하다. 건물은 저마다 특징 있게 지어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2017 경기도 건축문화상 동상을 수상한 ‘영화사 집 파주사옥’을 비롯해 여현이 설계한 ‘박영 갤러리’ 등 아름다운 건축물이 눈에 띈다. 그중에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로 사자의 작품으로 거대한 책을 펼친 듯한 건축물이 이색적이다.

출판도시 안에 있는 모든 건축물들이 자원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유럽의 선진도시들은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철을 사용한다. 페인트칠을 하면 독성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파주 출판도시도 자연보호를 위해 이 방법을 이용했다. 건축에 사용된 철은 녹이 슬었지만, 몇 년 후에는 치유된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다.

파주 출판도시는 10%가 공원이고,14%는 물이나 유수지이다. 파주출판도시의 24%가 자연을 보존하며 계획된 도시이기에 책과 사람이, 문화와 자연이 만나는 곳이다. 문발리 헌책방 골목이라 불리는 곳을 목도하니 실은 골목이 아닌 신식건물 내에 자리하고 있었다. 양쪽으로 나무가판대가 나열되어 있고 그 위로 지붕을 얹어 마치 골목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해 준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출판도시의 심장부로 한국출판문화 발전을 위해 설립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이다. 다목적홀, 대회의장을 갖추고 있다. 기능성과 심미성이 조화를 이룬 야외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1층에 위치한 ‘지혜의 숲’은 너무도 스케일이 커 위축될 정도다. 총 3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혜의 숲 1관이 가장 책장이 높았다. 50만권의 책을 개인과 국가 기관에서 기증받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책장의 높이가 무려 8m나 되고, 16칸이 세로로 놓여있다. '권독사'가 책사다리를 가지고 와 책을 찾아주는 광경은 서재의 규모를 가늠하게 한다. 또한 지혜의 숲 2관과 3관은 출판사 기증 도서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출판사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맛보며 책을 볼 수 있는 카페 인포떼끄, 책을 즐기며 휴식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세미나실 등이 갖추어져 있다. 명실상부한 책과 독서의 전당으로 전시와 인문학 강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의 장으로 돋보인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수많은 글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오랜 세월 쌓여온 삶의 지혜를 전하는 것이 책이기 때문이다. 책 속의 지혜는 때로 위안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되풀이되는 역사를 살펴보며 지금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늘 책을 가까이하고, 책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는가 보다.

헤이리는 파주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래동요 열심히 일하자는 뜻으로 ‘헤이리 소리’에서 유래되었다. 예술인들이 꿈꾸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한다. '헤이리 판 아트 페스티벌(Heyri Pan Art Festival)'이 열려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헤이리 예술마을은 문화예술의 삶을 다양하게 일궈내 다방면의 예술 작가와 파주 시민들의 어울림과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로 친근한 화이트블록, 아다마스, 갤러리 MOA, 한길책박물관 등 수작이 마음을 감동시킨다. 헤이리의 박물관·미술관 23개소, 갤러리 13개소, 오픈스튜디오 13개소에서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작품들 위주로 ‘스템프 투어 이벤트’가 진행된다. 또한 헤이리 예술마을의 작가들과 파주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 전시인 ‘헤이리와 이웃작가 展’, 파주시 관내 학생들의 작품 전시회인 ‘헤이리와 이웃작가 展’, ‘떴다방 야외 사진전’ 등 다수의 작가들이 참여한 다채로운 작품 전시회는 지역 문화 예술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한 건축과 예술, 자연이 숨 쉬는 파주의 출판단지, 헤이리마을을 돌아보며 사람냄새 나는 따스한 정, 문화예술의 거리에 흠뻑 빠졌다.

지역의 문화적 유산, 문화행정의 경험과 실적, 지역주민들의 호응도와 독서 실태를 비롯한 각종 문화지표를 축적하여 집을 짓고, 문학을 짓고, 예술을 심어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린 문화의 명소가 전국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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