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이 다음 달부터 건당 2000원의 배달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교촌이 1만8000원 하는 허니콤보에 배달료까지 받게 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2만 원이 된다. ‘치킨 2만원 시대’가 온 것이다. 가격은 그대로라지만 배달료를 받는 건 사실상 가격 인상이다. 문제는 다른 업체도 이런 식으로 제품 가격을 대폭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슬금슬금 치솟는 소비자물가가 예사롭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교촌처럼 본사에서 공개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자 인건비 부담을 느낀 가맹점들은 배달료를 별도로 받거나 무료였던 콜라 등을 유료화하기도 한다. 역시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다. 이런저런 식으로 일부 유명 외식·식품업계가 제품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대형 영화관 역시 관람료를 올렸거나 조만간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외식 및 배달음식 업체들은 사회의 부정적인 반응 등을 우려해 가격을 올리는 것을 주저해 왔다. 정부의 암묵적인 압력도 있었다. 지난해 말 몇몇 치킨업체가 정부의 외식물가 특별관리 정책에 밀려 가격 상승 방침을 철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이번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회사들이 나온 만큼 다른 업체들이 이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럴 경우 그 영향은 식품뿐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석 달간 물가 오름세를 보면 국민 생활에 필수인 의·식·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다. 인건비와 재료값 인상을 이유로 동네 식당과 김밥집, 빵집 등 소규모 외식업체가 앞다퉈 메뉴 가격을 올리면서 체감물가를 끌어올렸다. 이제는 식품·농수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까지 들먹이면서 가계 주름살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을 빌미로 너도나도 가격을 올린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당국이 물가 관리에 손을 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최저임금 적용 2개월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조사에 따르면 대상 외식업체 300곳의 24.2%인 74곳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이미 메뉴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변동이 없는 외식업체들도 약 80%가량이 조만간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답해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3월 초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전월 대비 0.8%, 전년 동월 대비 1.4% 각각 오른 것에 그쳤다. 한파 등 계절적 요인 때문에 신선식품지수가 1월 대비 8.5%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물가 변동폭이 크지 않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는 ‘가중치의 왜곡’에 따른 것이고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상승 폭은 훨씬 크다. 정부가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게 서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물가 오름세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고, 당국이 지금처럼 느슨하게 물가를 관리할 경우 서민층 생활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더 이상 물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더 걱정되는 것은 지금과 같은 물가 인상 흐름이 택시·버스·도시철도를 포함한 교통비나 상하수도료 등 공공요금을 올리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는 6월 지방선거에 미칠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당장의 공공요금 인상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이유로 족쇄를 풀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농수축산물 수급체계 감독 강화와 함께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체감물가를 관리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소비자단체 등과 힘을 합쳐 외식업체의 가격 상승 폭이 적절한지에 대한 조사활동도 병행할 필요가 있겠다. 뛰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