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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전한 안전불감증 ‘안전 대한민국’은 요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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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04 16: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제천 화재 참사 100일을 넘기면서 돌아본 우리의 ‘안전’은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탈출용 비상계단 앞에 무거운 물건을 놓아두고 방화문을 자물쇠로 잠가 놓는다. 소방도로에 차량을 줄줄이 주차해 놓아 소방차의 현장을 접근을 막는다. 민방위의 날인 지난달 21일 화재 대피 훈련은 ‘실전처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관계기관 중심의 보여주기식 훈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참사를 겪은 제천조차 영화 상영관을 빌려 자율방재단을 동원, 시나리오에 의한 훈련을 해 빈축을 샀다.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한꺼번에 곪아 터진 인재(人災)였다. 건물 구조적 취약성, 건물주의 안전관리 부실, 초기 소방 대응력 부족에다 일반인의 안전의식 실종…,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안전불감증 종합세트라고 할 만큼 부실 투성이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조금이라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을 터인데 그러질 못해 최악의 결과를 빚고 말았다.

얼마 전 발생한 부산 화재는 아직도 고치지 못한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낸다. 아파트 1층에서 불이 번져 일가족 4명이 모두 질식해 숨졌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의 앞을 가로막은 건 자욱한 연기만이 아니었다. 항상 비워져 있어야 할 아파트 소방도로에는 일반차량이 주차돼 있어 소방차는 화재 현장에 가까이 진입하지 못했다. 이웃 주민 불법 주차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얘기다.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제천 참사 한 달여만인 지난 1월 26일 발생한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는 또 어떤가. 50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친 이 화재는 수사 결과,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의 전기배선에서 단락이 발생, 불이 나면서 결국 대형 화재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26년간 한번도 전기배선에 대한 점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불법증축에다 건물 구조적 취약성,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소방법상 미비점까지 겹쳤다. 참사를 보고 배운 게 하나 없다.

제천 참사 이후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9일까지 3주간 충북도 소방본부가 도내 요양병원, 노인의료복지시설, 전통시장, 대형마트, 영화관, 터미널 등 283개소를 특별 점검한 결과 35%인 99개소가 무더기로 불량 판정을 받았다. 대형 참사를 잇달아 겪고도 3곳 중 1곳 꼴로 안전문제를 방치한 채 외면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허술한 안전망을 보완하는 제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는 건 긍정적이다. 소방당국은 허술하게 방치됐던 소방점검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나섰다. 우선 소방점검 때 중대 위험요인이 포착되면 즉시 소방서에 보고하도록 소방시설법이 정비된다. 위반하면 경고 처분을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첫 적발 때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다.

비상구 폐쇄 등 다중이용시설의 중대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처분하고, 사상자가 발생하면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사전 통보 후 표본조사 식으로 했던 소방서 특별조사는 연중 예고 없는 불시단속 방식으로 전환된다. 제천 화재 당시 소방차의 진입을 막았던 불법주차 차량처럼 긴급출동에 장애가 되는 차량을 강제로 치울 방법도 생겼다.

소방당국이 추진하는 이런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들의 안전의식 개선이다. 시민의식과 대형 사업장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당국의 관리·감독도 강화돼야 한다. 생명 및 안전과 관련해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소방대원과 경찰관 등 안전분야 인력 확충과 업무 환경도 개선하길 바란다.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 없이 안전한 사회, 안전한 대한민국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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