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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봄이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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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4.03 16: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싱그러운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어제까지 개나리가 눈을 즐겁게 해주더니 오늘은 수줍은 새색시처럼 목련이 고운 자태를 자랑해 덩달아 행복하다.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목련꽃 아래 서 있었다.이때가 되면 보고 싶은 사람도 많아지고 봄 처녀처럼 바구니를 옆에 끼고 들판으로 나가고 싶으니 몸과 마음의 나이가 각각이라는 것을 또 실감한다. 바구니를 끼고 들판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목련꽃 아래 쪼그리고 앉아 쑥을 뜯었다. 향긋한 쑥 냄새가 봄은 이미 내 곁에 와 있다고 노크를 한다.

음성여성회관웨딩홀에서 결혼식을 보고 오는 길이다. 순백의 드레스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성회관 결혼식장은 음성여성단체협의회가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결혼식이 매주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청년인구가 줄기도 했지만 대도시로 나가 결혼식을 하려고 해서 읍내에 있는 결혼식장은 일 년에 몇 번 예식을 치르지 못한다.

올해부터는 소속 단체회장님들과 뜻을 모아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신혼부부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결혼하는 신혼부부가 결혼식 중간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지역사회환원사업 일환으로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전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결혼식 도중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을 보고 오는 중이다. 결혼을 하는 신혼부부도 자신들의 이름으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새 출발을 하니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 될 듯하다.

오늘 결혼하는 부부는 좋은 일을 한다면서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고 읍내에 사는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앞으로 음성여성회관의 결혼식이 많아져서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결혼식을 하는 부부 중에 단 한 쌍이라도 다음으로 이어져 결혼 1주년, 2주년 기념으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장학금 전달을 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해 본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렸다. 마트 안은 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일요일 오후라서 일주일치 장을 보려는 사람들이다. 나도 장을 보고 잡화점에 들렸다. 그곳 역시 학생들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많았다. 잡화점에서 나와 차도를 건너는데 ‘옛날 풀빵’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서 있는 트럭이 보였다. 붐비는 두 곳과는 다르게 풀빵을 사는 사람이 없는지 봄 햇살을 받으며 할아버지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풀빵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으로 먹는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2천원 어치를 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두어 달 전에 무엇이 드시고 싶으냐고 했더니 뜻밖에도 풀빵이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드시고 싶은 것을 물어 볼 때마다 늘 없다는 대답만 하셨던 아버지인지라 시내를 다 돌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녔지만 그 뜨거운 여름에 풀빵을 파는 곳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돌아가셔서 풀빵을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제는 돌아 가신지도 10년이 되어가서 이렇게 매개체가 있어야 생각을 하는 딸이 되어 버렸다. 휘파람을 잘 부셨던 아버지, 어릴 적 노래를 불러주는 대신 휘파람으로 동요를 불러주시고는 했다. 그 푸르렀던 아버지가 이 봄 유난히 그립다.

얼마 전 큰아이랑 영화를 보러 가는데 아이가 하는 말이 내가 100살까지 살면 자기는 70살이 된단다. 그러면서 엄마가 100살, 자기는 70살에 엄마랑 같이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딸아 당최 그런 말 하지 마라. 엄마는 내 딸을 위해서 오래 살 테니 너는 얼른 결혼해서 예쁜 딸 낳아 네 딸을 위해서 오래 살아주려무나” 하는데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

4월의 시작이다. 지천에 꽃들이 릴레이로 피어나고, 겨우내 기다렸다는 듯 나무들은 푸른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나 또한 마음껏 기지개를 켜고 봄을 맞으리라. 맘껏 이 봄을 만끽하리라.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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