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달 남았다. 한 달 뒤면 무허가축사 유예기간이 끝난다. 법대로라면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하지 않은 농가들에겐 축산시설 사용중지 명령이 내려지고,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충남의 무허가축사 적법화율은 1월 말 현재 21%에 불과하다. 축산농민들이 적법화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정부에 목청 높여 요구하는 이유다.
충남에 무허가축사를 보유한 농가는 7283곳이다. 이중 적법화를 마친 농가는 1535곳, 3508 농가가 적법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은 충북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5일 기준으로 무허가축사 3410곳 가운데 적법화를 완료한 축사는 861곳에 불과했다. 남은 한 달 새 얼마나 많은 무허가축사가 적법화로 전환될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은 축산농가들이 행정처분을 받을 게 틀림없다.
열쇠를 쥔 정부는 냉담한 표정이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악의 한파가 닥친 올 겨울 추위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축산농가들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 농가들의 면담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적법화 기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 입장은 이해한다. 정부는 지난 2014년 법을 제정한 이후 열악한 축산농가의 현실을 감안해 3년 넘게 법 시행을 유예해줬다. 또 법 제정 이전부터 적법화를 강조하면서 많은 자금도 지원했다. 지금의 상황은 축산농가의 노력과 의지 부족 때문이지, 정부가 기한을 빡빡하게 정한 것은 아니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한 발 물러서서 적법화 기한을 연장해주기 바란다. 축산단체장들이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삭발을 하고 단식농성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임을 웅변한다. 수많은 축산농민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법을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법이라는 게 건강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지 범법자를 양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지 않는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무허가축사 적법화에 노력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기회를 주겠다”는 데에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행이다. 다만 얼마나 기간을 연장할 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고 한다. 농식품부는 2, 3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행할 수 있는 일정한 기간을 주자는 입장이지만 환경부는 이미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에 의지가 있는 농가에 한해 최소한의 기간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이든 적법화 의지가 있는데 기간이 부족해서 신청하지 못하는 농가는 없도록 해야 하겠다.
축산농가들은 건축, 수도, 폐기물 관리 등 관련 법 26개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례 등을 근거로 관련법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거나 축사 인근 주민 동의 등을 요구, 양성화를 어렵게 한다고 호소한다. 당국은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맞춤형 지원을 해 적법화 이행도를 높여야 한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 담당부서간 협력을 강화해 행정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사업은 가축분뇨의 자원화와 적절한 처리로 환경오염을 막고 축산업의 발전은 물론 국민건강도 챙기자는 취지다. 지난해 계란 파동은 친환경 축산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다. 축사의 청정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청정 관리를 하는 주체가 바로 농민들이다. 농민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기한을 더 주고 빨리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과 싸워 이길 정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