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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얄미운 손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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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2.12 16:2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혜숙 수필가

설맞이 대청소를 하는 날. 면사무소 직원과 관변단체 회원들이 모두 나와 길거리 청소를 하는 날이다. 귀성하는 분들이 고향의 깨끗한 모습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지난해 부임한 면장님은 남다른 애착으로 면을 깨끗이 하고자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청소를 하자고 한다. 힘들고 귀찮긴 하지만 뜻이 좋기에 기쁘게 동참한다.

매섭던 강추위가 조금 누그러졌다. 겨우내 지나가는 행인이 버린 쓰레기가 길가에 널브러져있다. 스티로폼, 커피 캔, 음료수병, 하다못해 검은 비닐봉투에 담겨진 음식물 쓰레기까지. 담배꽁초는 너무 많아 집게로 수거하기조차 힘들다.

시골이라 길가에 논이나 밭이 많다. 빈병이 논이나 밭에 들어가 깨지면 농부는 다치게 된다. 그런 염려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저 얄미운 손은 자기네 집에도 쓰레기를 버릴까. 쓰레기를 버리고 간 얄미운 손이 괘씸해서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기본을 지키지 않고 사는 사람은 누굴까.

오래전에 일본으로 여행을 간적이 있다. 길가에도 공원에도 티끌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가던 그들의 준법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구마모토 성에 갔을 때 길가에 담배꽁초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내심 기뻤다. 우리나라 사람만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가이드가 하는 말이 한국 사람이 지나간 자리는 늘 쓰레기가 있단다.

그때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부끄러웠던지. 그들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늘의 강대국이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작은 것 하나에도 열과 성을 다하는 정신이 오늘의 그들이 있게 한 것이리라. 누가 보거나 말거나 내가 지켜야 할 일이라면 지키는 정신이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친 선조들의 아픔을 배우고 일본인들의 잔인함을 많이 들어서인지 지금도 그들을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일본제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사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의 준법정신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지난 해 겨울이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우리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쓰레기가 많다면서 청소를 하자고 한다. 이장님에게 말해서 면사무소에 가서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왔다. 이장님이 바빠서 청소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맞춰지질 않았다.

우리는 그냥 둘이 청소를 하자고 했다. 눈발이 날리는 저녁, 나는 트럭을 몰고 남편은 쓰레기를 주웠다. 정말 다양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가 적재함에 가득 찼다. 시골을 지나다니는 차라면 시골 생활상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위험한 병을 함부로 버리고 간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으며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농사짓다가 깨진 유리에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란 말인가. 넓은 시골길에 CCTV를 달아놓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싱가포르에서는 지정장소가 아닌 곳에서 흡연하면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도로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공공장소에서 침을 뱉다가 적발돼도 벌금이고, 공공장소나 거리에서도 껌도 씹을 수 없단다. 껌은 아예 판매하지도 않는단다. 그래서 싱가포르하면 깨끗하다는 평이 나오나 보다.

지나가는 차량에서 던지는 쓰레기만 문제가 아니다. 시골에서 농사짓고 난 후 방치된 폐비닐도 문제다. 제대로 치우지 않아 바람에 날려간 비닐이 나무에 걸려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나무에 걸린 비닐은 너울너울 춤을 춘다. 낮에는 보기만 흉하지만 밤에 지나가다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마을마다 수거하는 곳을 해 놓으면 좋으련만. 산책을 하다 보면 간혹 폐비닐 집하장이 보인다. 그러나 그것 역시 관리가 되지 않는지 비닐 위에 잡풀이 덮어져 있다. 쓰레기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지만 경제 성장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내일이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다. 세계인들이 우리나라로 온다. 선수들도 오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보기 위해 내한하는 관광객도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첫 인상이 깨끗한 나라, 친구하고 싶은 나라로 각인 되었으면 좋겠다.

어딜 가든 대한민국은 깨끗한 나라,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가 되길 기원해 본다.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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