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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사회적 채용비리,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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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1.31 16: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청년들이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공공기관 채용과정에서 불법, 탈법, 편법이 공공연하게 이뤄진 것으로 정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전국 1190개 중앙·지방공공기관·기타공직유관단체 중 946곳에서 4788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열 곳 가운데 여덟 곳에서 크고 작은 비리가 저질러졌다는 이야기다. 합격자를 정해 놓고 요식행위로 공채가 진행되는 줄도 모르고 들러리를 선 취준생들의 좌절과 허탈감, 분노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신입사원 채용은 겉으로만 공채였지 실상은 반칙과 특권의 잔치판이었다. 정부가 적발한 부정 채용 가운데 83건은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할 정도로 혐의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사를 받게 될 공공기관과 공직유관단체가 68곳에 달한다. 이들 기관은 채용 과정에서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했다. 고위인사의 지시로 처음부터 합격자를 내정해 놓고는 채용 절차는 형식적으로 진행했고, 특정인을 뽑기 위해 합격자 수를 늘렸다. 채용절차가 끝난 뒤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어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그야말로 ‘아사리 판’이었다.

지역에서도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세종교통공사, 충북테크노파크가 수사를 받게 됐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직원의 전직 직장 동료 자녀에게 평가 때 최고점수를 부여해 최종 합격자로 만들었고, 충북테크노파크는 직원 3명을 채용하면서 우대 자격증과 경험이 없는 응시자에게 우대 배점을 부여해 합격시켰다가 적발됐다. 세종교통공사처럼 신생 공공기관부터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감독기관까지 채용비리가 없는 곳이 없으니 채용비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정부가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274명에 대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린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기획재정부 등 18개 관계부처가 발표한 방침을 보면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된 8개 현직 공공기관장은 즉시 해임된다. 또 공공기관 임직원 189명과 기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77명 등 266명은 일단 업무에서 배제시킨 뒤 추후 검찰에 기소되면 퇴출시키기로 했다.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상징하는 반(反)사회적 범죄다. 사회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린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최악의 청년실업에 짓눌리면서도 취업 준비에 열중하는 취업준비생과 그 가족들에게는 큰 허탈감을 안겨주는 배신행위이기도 하다. ‘빽’이 없는 흙수저 청년들은 자신들이 금수저의 들러리 노릇을 한 줄도 모르고 능력 부족을 한탄하며 낙담했을 것이다. 땀 흘려 노력했는데도 ‘빽’에 밀려 탈락했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정부가 기관장을 포함해 해당 기관의 연루 임직원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퇴출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년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 근절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채용비리로 유죄판결이 난 임원이나 부정채용 청탁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직원 징계시효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한 것은 일벌백계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 채용일정과 인원, 평가기준, 전형별 합격배수 등 직원 채용과정을 낱낱이 외부에 알리는 한편 외부평가위원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유행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의 불공정이 너무도 심각해서다. 그 중에서도 특권과 반칙의 상징인 채용비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특별점검을 공정한 채용문화 정착을 위한 첫 걸음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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