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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파 맞은 기부 민심, 다시 불 지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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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1.24 16:0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추위 속에 최악의 ‘기부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희망 나눔 캠페인’의 올해 목표액은 59억2300만 원이지만 23일 현재 모금액은 49억2500만 원이다. 시청의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83도에 머물렀다. 올해 희망 나눔 캠페인 마감이 1주일 남은 상황에서 사상 유례 없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세종시도 목표액 10억7100만 원에 못 미치는 8억8700만 원을 모았고, 충북도 목표액 66억 중 55억 원을 모금해 온도탑 수은주는 80도를 겨우 넘어섰다. 충남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155억3000만 원을 모아 수은주는 93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충남의 경우 작년 캠페인에 약 160억 원을 모아 110도를 웃돌았던 것에 비하면 기부 민심은 한파만큼 꽁꽁 얼어붙었다.

사실 캠페인 시작 당시부터 우려감이 없지 않았다. 기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진 탓이다. 사랑의 온도탑이 가장 값싼 가정용 연료인 연탄조차 때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정의 방바닥처럼 ‘냉골’로 변해버린 것은 재작년부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여파로 공익재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상황에서 기부 관련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진 여파가 컸다.

지난해 8월 형편이 어려운 아동을 위한 시민들의 후원금 128억 원을 유용해 덜미를 잡힌 ‘새 희망 씨앗’ 사건, “희소병 딸의 치료를 도와달라”며 모은 기부금 12억 원을 챙긴 이영학 사건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기부 포비아(기부 공포증)’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기부 불신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기부 참여율은 26.7%로 조사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저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재작년 조사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에서도 ‘기부단체의 정보 공개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72.5%에 이른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가 기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온정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다. 휴넷의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이 기부경험이 있다며, 기부 이유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서’가 가장 많았다. ‘기부를 통해 나눔의 기쁨을 느끼고 싶어서’도 많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들의 소식이 이어진다. 지역 곳곳에 쌀 포대를 놓고 가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사랑의 연탄봉사’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도 우리 사회의 온정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기부 불신’ 속에서도 지난해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를 100를 넘겨 펄펄 끓게 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어려워도 더 어려운 이웃을 보듬겠다는 아름다운 시민정신이 작동한 결과다.

불신으로 기부문화의 숭고한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안 되겠다. 일부 몰지각한사람들의 그릇된 행태가 드러났다고 해서 기부의 손길이 멈춰 선다면 겨울한파에 힘겹게 생활하는 홀로 노인, 소년소녀가장, 불우장애인 등 우리의 이웃들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복지의 사각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위해 기부는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더 심화된다면 사회 안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부는 구성원 스스로 짜는 사회 안전망이다.

지금 같은 썰렁한 분위기라면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랑의 수은주가 100도 아래서 멈추는 건 불행한 일이다. 시민과 기업들이 좀 더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호주머니를 열어 쌈짓돈을 보탠다면 새해 우리 사회는 한결 따뜻해질 것이다. 충청인 특유의 서로 돕는 정신이 사랑의 수은주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공동모금회도 캠페인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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