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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다짐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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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1.23 17: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늘 그렇지만 새해가 되면 새로운 다짐들을 한다. 올해는 여유를 가지고 한 템포씩 늦게 가자고 다짐 했는데 그 의미를 되새길 시간도 없이 쏜살 같이 한 달이 지나가 버렸다. 다음 주가 가족 모임이다. 언니가 전화를 해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서 반드시 와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어딘지 물었더니 관상을 기가 막히게 보는 곳이 있다고 했다. 망설이는 내게 대학 졸업반 작은 아이도 데려가자고 유혹했다. 평소 내가 사주를 보러 가겠다고 하면 헛짓하고 다닌다면서 비웃었던 언니인지라 나도 솔깃해져서 관심을 보였다.

핸드폰 카카오톡을 확인하다가 사주를 보는 분의 전화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아는 언니가 사주를 잘 보는 사람이라고 번호를 일러 준 뒤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었는데 ‘미래가 궁금하면 오라’는 메시지가 마음을 끌었다. 망설이다가 금요일 밤에 카톡을 보냈다. 혹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예약 가능한지를 문의했고 분명 읽은 흔적이 보이는데 아무런 답이 없다. 연초라 사람이 많나 보다고 생각하면서, 괜한 짓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그러던 중 주간지에서 기획기사를 읽었다. 요즘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이 많게는 한 달에 두세 번씩 찾아가는 곳이 사주카페라고 한다. 취업이 안 된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 달래보고자 찾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면접 전, 후에 많이 찾는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볼 요량이리라. 합격한다고 하면 희망을 품고 면접장으로 향했을 것이다. 불합격자는 아직 운이 아니니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괘로 위로 삼고 싶어서는 아닐까.

사주카페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면접을 잘 볼 수 있는지 상담도 해 준단다. 면접 당일 운세가 상승되는 옷의 색상도 알려주고, 얼굴에 따른 머리 모양도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사주와 맞는 직업도 조언을 한다니 미로처럼 보이지 않는 ‘취업’이라는 명제를 끌어안는 청년들의 상담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하다.자기의 미래를 누구와 고민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위로를 얻나 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자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청년들의 불안을 치유할 수 있는 심리 상담소나 치료센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큼 지금 아파하는 청년 실업자들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작은 아이에게 엄마 따라 사주 보러 가자고 했더니 딸아이가 한마디 했다. “엄마 저도 친구들이랑 사주카페 많이 갔는데요. 점은 안 좋은 것은 맞고 좋다는 것은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려니까. 엄마나 다녀오세요” 했다.

늘 어린아이로만 보이던 딸아이의 말을 들으니 모처럼 기분이 상쾌한 게 깜깜한 터널에 갇혀 있다가 볕을 보는 느낌이다. 살아가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당연히 여길 줄 알면 지혜로운 사람이다. 매사 잘 풀리다 보면 유한의 존재임을 깨닫고 숙이는 마음이 깃들지 못한다.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좋은 결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삶은 아름답다. 점집을 찾아가고 사주를 보는 것으로 당장 위안을 삼기보다는 꿋꿋이 대처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면역력이 강하면 병이 침투하지 못하듯 강한 의지 앞에 시련 또한 문제될 수가 없을 테니까.

부처님 말씀이 생각난다. “나야말로 나의 주인인데 어떤 주인이 따로 있을까, 자신을 잘 다룰 때 세상에서 얻기 힘든 자기라는 주인을 얻게 된다”라고 하셨다. 내가 주인이 되는 올 한 해 다 잘 될 것이라 최면을 걸어본다.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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