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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4차 산업혁명과 요순(堯舜)시대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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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1.18 16: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세종대왕을 가리켜 동방의 요순이요, 대왕의 치세를 해동의 요순시대라고 일컫는다. 조선 중기 실학의 대표라 불리는 반계 유형원을 비롯한 여러 실학자들도 요순시대를 실학이 이룩해야 할 유토피아적 이상향으로 여겼다.다산 정약용은 요순시대를 가리켜 ‘밤이 낮같이 환한 세상’이라 하였다. 고사성어 요순지절(堯舜之節), 고복격양(鼓腹擊壤), 강구연월(康衢煙月), 태평성대(太平聖代)는 전부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태평성세를 일컫는다. 고복격양은 당시 한 노인이 손으로는 자신의 부른 배를 두드리고 발로는 땅을 구르며 요임금의 치세를 찬양하는 모습이다. 강구연월은 거리에 피어오르는 저녁밥 짓는 연기에 달빛이 은은히 비추는 모습을 바라보며 백성들이 태평성대를 노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 같이 요순시대로부터 수천 년 이후의 기록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요순이 실존 인물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요순시대를 시기적으로 기원전 6200-2000년쯤으로 잡는다. 지금으로부터 4000-8200년 전이다. 신석기시대였다. 구리나 철 같은 금속사용은 그로부터 약 1000-3000년 이후에나 가능했다. 따라서 요순시대는 돌화살촉, 돌칼, 돌낫, 돌쟁기, 돌도끼 같은 석제도구를 사용했던 신석기 선사시대였다. 명확한 것은 이전까지 없었던 태평성대였다. 바로 신석기가 연쇄 폭발적 기술대혁명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신석기 제작은 요순시대의 핵심기술이었다. 돌쟁기(따비), 돌보습, 돌낫, 돌괭이와 같은 석제농기구가 개발되었다. 정밀하게 갈아 만든 신석기는 원시 농업혁명을 불러왔다. 농사를 짓기 위해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며 정착하였다. 잘 만든 석제 농기구로 수월하게 밭을 경작하고 곡물을 재배하였다. 농업의 발전과 정착생활은 필수적으로 토기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수확한 곡물을 습기, 화재, 해충으로부터 방제하고 장기보관을 위해 다양한 모양의 토기가 제조되었다. 토기는 불을 이용한 요리에도 사용되었다. 유약을 발라 새지 않도록 하여 물도 담아서 보관하였다. 인구는 10배로 폭증하였으며, 초기국가조직이 성립되기 시작하였다. 직업이 분화되고 물물교환 상거래 방식의 시장이 형성되었다. 화폐는 아직 없었다. 농부는 농산물을 시장에서 가죽옷, 돌화살촉, 토기, 꿀, 가축, 가금, 생선, 약초 등 다양한 상품들과 바꿀 수 있었다. 상거래의 정확성을 위해 토기나 나무껍질, 동물뼈, 거북이 등껍질 같은 곳에 기호를 새겨 넣었다. 요순시대에 중국문자 한자의 조상격인 기호들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문자를 사용하는 역사시대의 여명이 터오기 시작한 것이다(한자는 청동기시대인 상(商)나라 때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다.

이처럼 요순시대는 대혁신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때였다. ‘신석기 제작 기술혁명→농업혁명(마을공동체 형성)→토기제작→직업분화/시장형성→한자 태동→역사시대의 동틈’과 같은 굵직굵직한 기술혁신과 문명의 진보가 잇따랐다. 이것이 요순시대의 노인이 양껏 먹고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편안히 흥얼거릴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때부터 인간은 더 이상 짐승처럼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찾아 헤매지 않게 되었다. 동물처럼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 방식으로는 식량 확보가 매일같이 불안정하였다. 노인은 입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하지만 이제는 노인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거리에 나와 밥 짓는 연기에 그윽하게 내려앉은 달빛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그 이후부터 노인(老人)은 공경의 대상이 되었다. 노인이 잘살고 존경 받는 마을일수록 그 마을이 풍요롭고 어질다고 보았다. 농업혁명으로 안정된 식량수급이 가능하게 했던 신석기 테크놀로지혁명 덕분이었다.

이처럼 요순 신석기시대의 태평성대는 연쇄 폭발적 기술대혁명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18세기에 1차 산업혁명은 한반도 크기의 섬나라 영국이 주도하였다. 영국은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20세기 2차 산업혁명에 성공한 신생국가 미국은 영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이어 받았다.그리고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뒤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매진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는 일이다. 그러면 5차이든 6차이든 아니면 그 이후이든 차세대 산업혁명을 주도할 때가 올 것이다. 기술혁명이 태평성대를 만드는 것은 동서고금이 한결같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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