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미래를 위한 투자, 좋은 돌봄과 좋은 교육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7.12.21 16:2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전 장관이자 방송인이 초등학교 여유 공간을 활용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자는 제안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젊은 부모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공공 보육시설 확충이지만 새로 건물을 지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이같이 청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은 추진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작년에 경남 거제의 숭덕초등학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첫 시범학교로 지정이 되어 시범운영이 이루어졌다. 1년이 넘었지만 유보통합 시범학교는 전국에 단 1곳도 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초등학교 유휴교실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하자 유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유보통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강행한 개정안을 재검토하라고 반발했다. 또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턱없이 부족한 공립유치원의 확충을 사실상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통한 질 높은 유아교육을 바라는 사회의 바람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반대 논평을 내고 서울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초등학교의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공립병설유치원 설립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가용 유휴 공간은 거의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유휴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어린이집이 아니라 공립유치원 설립을 위한 공간으로 우선 검토돼야 한다며 밝혔다고 한다.

이같이 학교 안 어린이집 설치가 쉽지 않은 이유는 소관부처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와 유치원은 교육부 소속이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이기 때문에 안전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책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소관부처의 통일, 즉 교육과 보육의 통합(유보통합)이 우선 진행되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보통합은 1997년 김영삼 정부 시절 처음으로 언급된 뒤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진행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 때 공통 교육인 누리교육과정과 지원 체계를 마련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불카드, 정보공시체계, 재무회계규칙, 시설 규정 등을 통합했다.

그러나 부처권한의 통합과 교사 간 격차 해소라는 숙제의 해결이 유보통합을 가로막고 있다. 유치원교사는 최소 관련학과 전문대 이상을 졸업하고 준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고졸에 관련 과목만 이수하면 된다.

따라서 유치원 교사에 비해서 어린이집 교사의 임금이 낮아 유보통합이 된다면 인건비가 추가로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실제 통합이 이뤄질 경우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공무원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원죄는 정부에 있다. 경력단절 여성을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2000년대 초반 급격히 어린이집 공급의 진입장벽만을 낮추었지만, 보육의 질과 관련된 문제 등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영유아기 인적 자본이 아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돌봄과 좋은 교육을 논의하며 어린이집을 공급하지 않았고, 단순히 공급에 대한 실적을 보여주기에만 급급했다.

결과적으로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번 청원을 계기로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부처 간, 업계 간 이해 관계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에게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통합 논의를 꾸준히 이끌어갈 수 있는 추진체계를 설립해 성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시민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유보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