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세상 읽기] 주례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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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4  20면 |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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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구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친지의 아들 결혼식에 갔었다. 야간에 하는 결혼식이었다. 바쁜 현대인들이니 몇 번 참석하고 보니 야간에 하는 결혼식도 그 나름대로 멋이 있어 괜찮게 생각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례(主禮)와 주례사이다. 보통은 평소 존경하는 분들, 예컨대 은사(恩師), 직장 상사, 마을 유지들이 주례를 선다. 주례사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잘 자라서 성년이 됐고, 직장에서 유능한 젊은이로 앞날이 창창하고, 좋은 가문에서 부모님의 가르침을 잘 받았고, 앞으로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 이루라고….
 
필자는 견문이 적어서인지 예식장에 상주하는 주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서야 알게 됐다. 주례가 못 오거나, 마땅히 주례를 모시지 못한 신혼부부에게 주례를 하는 일종의 아르바이트 비슷한 주례라는 것이다. 초빙된 주례가 오지 못할 경우 당황한 신혼부부에게 대타로 주례를 서주는 일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직업과 빽빽한 일정 속에 움직이는 현대 사회에서 등장한 일종의 신종 직업인 셈이다.
 
십 오륙 전 전 필자도 옛 제자의 간곡한 청으로 주례를 섰었다. 부탁을 받고 ‘아무리 제자라고 하지만, 그들의 결혼을 평생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에 빠졌었다. 결혼 생활을 잘하면 다행인데, 혹 파탄이라도 나면 주례를 잘못 선택했다는 말은 듣지 않을까 등 고민은 꼬리를 물어 밥맛도 떨어질 지경이었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시를 한편 썼다. 다행히 초등학교 시절부터 신랑과 신부의 성장과정을 잘 아는 처지이기에 그들의 성장과 고향의 산물 등을 소재로 시를 썼다.
 
결혼식은 천안의 모 리조트에서 있다기에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지은 시를 상패집에 부탁하여 패로 만들에 들고. 식장에 도착하여 사회자를 만나 진행 상황을 살피고, 주례패(필자가 붙인 이름)는 주례석에 살짝 가져다 놓고.
 
결혼식이 진행됐다. 순서에 따라 성혼선언문이 낭독되고, 주례사 시간이 또한 고민거리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며칠을 궁리하여 성경의 ‘믿음 소망 사랑’과 삶에서의 ‘이해’와 ‘인내’를 중심어로 몇 마디씩 권면의 이야기를 만들어 큰 글자로 출력하여 4쪽 분량의 원고를 만들고 표지를 붙여 책자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주례사 시간에 읽어 주었다.
 
결혼식이 종료되고 신랑·신부 행진의 시간, 사회자가 “신랑·신부 앞으로”라는 구령을 외칠 때, 필자가 외쳤다. “잠깐 신랑·신부 멈추세요” 순간 식장 내부가 조용해졌다. ‘아니, 저 주례 왜 그래?’ 모두들 의아해 하는 눈치로 응시한다. 이때다 싶어 필자는 주례패를 꺼내들고 “주례사의 내용은 들으면 잊혀지기에 주례사를 책으로 만들었고, 신랑·신부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 한편 써서 가져왔으니 늘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소개하며 주례패를 낭송했다. “와!” 장내는 박수와 함성이 기득했다. 주례패는 신부에게 주례사는 신랑에게 전달해 주고 행진이 시작됐다. 그 후로 대여섯 번의 주례를 서면서 꼭 주례패와 주례사를 책자로 만들어 주었다.
 
지난 여름 바로 그 제자와 연락이 닿았다. 찾아 뵙겠다고 대전에 온다기에 거절하며 마침 천안에 볼일이 있어 천안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느새 40대의 장년이 된 제자는 “선생님이 주신 주례패를 보며 늘 화목하게 지내고 있어요”한다. 흐뭇했다.
 
옛날에는 살림이 어려우면 사발에 맑은 물 한 그릇 떠 놓고 남·여가 맞절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전통 혼례식에는 목각 기러기를 놓고 결혼식을 한다. 모두가 평생 부부로 인연을 맺어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
 
현대에 들어와 성직자가 주례를 서는 외국의 결혼식을 모방해 우리도 주례가 생겼다. 이제 우리 생활에 정착된 주례는 진정으로 부부의 사랑을 단단히 얽어주는 연결점이 됐으면 좋겠다. 필자의 주변에도 신혼 여행을 갔다 와서 별거나 이혼에 들어간 사례도 보았다. 그런 일이 꼭 주례의 책임은 아니더라도 잘 살라고, 화목한 가정 이루라고 당부한 주례의 입장에서 보면 1회용 때우기 식 주례라 한들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남·여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양가가 사돈의 관계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 이전에 삶에서의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그런 결혼식에 중심이 되어 남·여와 양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의 주례를 한다는 것은 더 큰 축복의 자리이며 막대한 책임을 가진 자리이다. 그래서 늘 주례를 선 가정들을 생각하며 행복하고 화목하게 살아가길 기도하고 있다.
 
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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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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