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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숨 바쁘게 달려온 충남인권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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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2.11 16: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2016년 말 안희정 충남지사가 송년기자회견 자리에서 2017년 업무 구상을 밝히면서 ‘인권도정’의 기틀을 다지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대형 SOC(사회간접자본) 유치나 개발사업 전개 등의 굵직한 현안 발표를 기대했던 기자들은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껏 관례적으로 송년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는 신년 사업구상을 밝히는데 집중했던 까닭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인권도정 기틀 마련’이란 구상을 전해들은 기자들은 어리둥절했다.

나중에 파악해보니 안희정 지사가 이날 인권도정에 대해 발표한 것은 사전에 참모진들과 충분히 협의된 사항이 아니었다. 즉흥에 가깝게 발설된 의제였다. 안 지사의 기자회견 이후 각 실국은 부랴부랴 인권도정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인권도정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지사의 화두 제시는 공직사회에 빠르게 침투해갔다.

충남지역 공무원들은 ‘소수자’와 ‘약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내, 그것을 행정에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당장 건축물을 신축할 때 여성화장실의 면적을 늘려 설계하기로 했고,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기로 했다. 보살핌의 사각지대에 놓은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들을 돌볼 수 있는 적극적 방안을 강구했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길을 찾았다.

도민의 인권의식 함양을 위해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종사자, 각 지역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을 확대 시행하도록 했다. 1년 만에 세상이 뒤바뀌지는 않았지만 인권도정을 펴기 위한 노력의 대가는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권의식이 부지불식간에 성장해 소수자와 약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개선됐고, 그들도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당당한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난해 말 설립된 인권센터를 중심으로 활발한 인권증진 사업이 전개되기도 했다. 인권교육을 위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시민들의 인권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도 기획 했다. 상담실을 운영해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하고 상담과 조사를 실시하는 역할도 진행했다. 도내 각지에서 연중 시행된 인권교육 현장을 찾아다니며 개선점을 찾고 새로운 교육방법을 구상해내는 역할도 맡았다.

이런 복합적인 노력으로 충남은 2017년 한 해 동안 인권행정 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성장이면 모든 것이 덮어진다’고 했던 생각이 ‘인간이 우선이디’라는 쪽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돈보다 훨씬 소중한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의 틀도 제시됐다. 전국의 지자체 가운데 인권행정 관련해서는 충남은 선두그룹에 속한다. 이제 시작단계이니 앞으로 해가 거듭될수록 충남의 인권행정은 뿌리를 내릴 것이고, 인권의식도 무럭무럭 성장할 것이다.

인권행정을 펼쳐나가는데 탄탄대로만 있던 것은 아니다. 충남인권조례가 담고 있는 일부 조항을 문제 삼아 특정 종교단체가 정면으로 반발하며 조례 폐지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여 진땀을 흘렸다. 인권의식 신장을 위해 펼쳐나가야 할 각종 시책도 사사건건 발목을 잡히기 일쑤였다. 인권과 대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종교 활동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충남도가 극복하고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자신의 생각을 절대 바꾸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종전의 생활습관이나 사고의 틀을 전혀 바꾸지 않겠다는 완고한 도민들도 많았다. 그들을 설득해가는 과정은 참으로 어려웠다.

2017년 인접한 지자체와 비교할 때 충남의 인권행정은 단연 돋보였다.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행복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란다. 소수자라고 해서, 또는 약자라고 해서 행복을 외면당할 수는 없다. 온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행복하고자 하면 경제적으로도 안정돼야 하고 고독하거나 외롭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 무심했던 소수자와 약자의 행복을 위해 모두가 눈을 돌려야 할 시기이다. 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의 가치로 내걸고 숨 가쁘게 2017년을 달려온 충남도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낸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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