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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촌지역 현실 외면한 선거구 조정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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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2.04 17: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구본웅 서산시 해미면 마을이장협의회장

2888명. 전국 226개 기초의회의 의원 수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의회 1곳당 평균 13명이 있는 셈이다. 그들은 국회의원과 달리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과 같은 별다른 특권이 없다. 매달 지급받는 소정의 의정비 빼고는 별도의 수당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로는 일부 일탈된 행동을 하는 의원들로 인해 유권자로부터 지탄을 받고,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기초의원 무용론이 제기된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믿고 뽑아줬더니 하라는 일은 안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자는 격이나 다름없다.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한 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철저히 걸러내면 될 일이다. 대다수 기초의원은 지금도 삶의 현장에서 주민들과 같이 부대끼며 소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크든지 작든지 지역에 무슨 일이 생기면 주민들이 가장 먼저 상의를 하고, 때로는 싫은 소리도 하는 대상이 바로 기초의원이다. 그래서 기초의원을 주민의 대표자이자 지역의 머슴이라 부르는 것이다.

얼마 전, 충남도가 서산시와 서산시의회에 내려보낸 시·군의회 의원 선거구 재획정에 따른 의견 조회 공문이 서산시 음암·운산·해미·고북면 주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이 공문에 따르면 서산시 라 선거구인 음암·운산·해미·고북면 의원을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대신 다 선거구인 부춘·석남동 의원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리는 안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면 지역 의원을 줄이는 대신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도심지역인 동 지역 의원을 1명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하석상대(下石上臺)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자’는 식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안이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가 한창인 2017년의 세밑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섭섭함과 실망감이 어떻겠는가.

현행 중선거구제 하의 기초의원선거에서 도심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면 지역의 경우 기초의원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읍·면·동이 상당수 있다. 인구가 적은 면 지역의 경우 연거푸 의원을 배출하지 못하는 곳도 있고, 이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인근 지역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이번 선거구 재획정(안)은 어려운 농촌지역 상황과 지역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

농촌지역 인구 감소는 서산시만이 아니라 전국 모든 지차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농촌지역 인구가 증가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만약, 이번 선거구 재획정(안)처럼 인구수에 의해 기계적으로 의원 정수를 산출한다면 머지않아 대다수 읍·면의 기초의원은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목소리 큰 젊은 사람이 떠난 농촌지역 읍·면의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권익과 생활불편을 과연 누가 대변하겠는가. 농촌 등 소외지역에 대한 배려를 통해 균등한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은 표의 등가성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선거구 획정 시에는 인구뿐만 아니라 행정구역, 지세, 교통, 주민 여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충남도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이러한 여러 가지 지역 여건과 사정을 고려해 재획정(안)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다.

누가 일을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서 지역의 일꾼 한 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음암·운산·해미·고북면 주민들은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구본웅 서산시 해미면 마을이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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