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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철저한 자기 관리

하헌선 대전서원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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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29 15: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하헌선 대전서원초등학교 교장

에스키모인(Eskimo)들이 늑대를 사냥하는 방법은 참으로 독특하다고 한다. 그들은 얼음 속에 칼자루를 파묻어 고정시킨 다음 싱싱한 큰 고기 덩어리를 날카로운 칼날에 꽂아 그냥 방치해 둔다고 한다. 그것으로 사냥 준비는 끝이다. 늑대들은 멀리서도 이 고기 덩어리의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들어 칼날에 꽂힌 고깃덩어리를 탐식하기 시작한다. 늑대 떼들은 얼어붙은 고깃덩어리를 얻기 위해 점점 광폭하게 핥아대다가 예리한 칼날에 자기의 혀를 베게 되고, 자신들의 혀에서 흐르는 피로 허기를 채우기 시작한다. 결국 늑대들은 자신들의 피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탐욕스럽게 핥아 먹다 죽는다고 한다.

요즘 사회지도자급 고위직 인사 일부가, 에스키모인에게 사냥감이 된 탐욕스러운 늑대들처럼,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하여 자멸의 위험에 빠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특수 활동비 뇌물수수 관련된 사건들이 꼬리를 물며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들은 학식과 덕망을 갖춰 평소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고위직 인사들이다. 담당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겸비한 훌륭한 고위직 인재들이 잘못된 선택 그러니까 철저하지 못한 자기관리로 그동안 쌓았던 명예를 한순간에 실추시키고 있다.

탐욕(貪慾)의 사전적 의미는 ‘재물 따위를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이라 풀이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지나치게 소유하려는 이기적이며 과도한 욕심을 의미한다. 이러한 탐욕은 주로 그 대상이 재물이나 권력 또는 성이지만 거기에 한정되지는 않고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다양하게 존재한다. 인간의 본성 속에 탐욕의 본능이 자리 잡고 있기에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어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시대는 금수저, 흙수저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탐욕을 조장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황금만능주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황금만능의 늪에 빠진 현 시대는 탐욕이 능력이라는 비정상적인 논리로 건전한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런 영향을 받아서 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기도 한다. 건전한 가치관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이 있다.

‘혹시 10억 원이 생긴다면 감옥에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초등학생은 16%, 중학생은 33%, 고등학생은 47%가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2013년, 흥사단, 청소년정직지수 조사). 이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정직지수는 67점, 중학생은 75점, 초등학생은 85점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연륜이 쌓일수록 정직지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통계는 사회생활을 하며 자기 관리를 냉정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황금만능주의는 청백리의 가치 기준마저 무너뜨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능력이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그가 얼마만큼의 부를 소유하였느냐? 또는 얼마만큼 벌수 있느냐? 로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좀 더, 좀 더 많이”를 갈망하며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건전한 자기 관리를 못하고 탐욕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50여 년 전까지 만해도 우리는 물질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비록 물질적으로는 궁핍했지만 탐욕의 유혹으로부터 자기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건전한 도덕적 가치기준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좀 어려운 이웃을 먼저 배려하는 인정으로 가득했다. 근면과 검소를 생활신조로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했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올바른 가치관과 발전적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건전한 도덕적 가치관의 덕으로 동방예의지국이 되었고, 지구촌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예전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는 낮아졌다. 서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도 널리 퍼져 있다.

결코 황금이 만능은 아니다. 탐욕은 예외 없이 화를 부르게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윗물이, 자신의 이기심에서 음성적이고 부정적인 부의 축적을 한다면, 아랫물도 자동으로 오염된다. 물질만능시대에 욕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과 물질적 탐욕은 멈출 줄 모르고 증식하는 암세포와 같은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들이 항상 강조하는 인성교육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도 철저한 자기관리다. 2017년 얼마 남지 않았다. 윗물과 아랫물 모두 철저한 자기 관리로 2017년을 잘 마무리하고, 희망 가득한 새해엔 더욱 엄격한 자기관리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길 소망한다.

하헌선 대전서원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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