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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공황장애, 현대사회의 유행병인가?

홍진표 서울시정신건강복지지원단장.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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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27 16: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홍진표 서울시정신건강복지지원단장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는 유명 연애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경규, 김구라뿐 아니라 공황 증상으로 당분간 연기 중단을 선언했던 정형돈 씨까지 공황장애는 연예인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황장애로 지난 1년간 치료 받은 국민은 11만명이 넘을 정도로 흔한 정신질환이다.

공황장애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恐)과 당황(慌)하게 되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이 질환은 정신장애임에도 특징적으로 흉부 통증, 숨막힘, 사지 마비감 등 심한 신체 증상을 경험하므로 흔히 심장병, 중풍 등 생명이 위독한 질병으로 오인되기 쉽다.

공황이나 공포장애를 포함하는 불안장애는 인류에서 가장 흔한 정신장애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10명 중 1명 이상이 불안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불안장애는 여러 가지 이유로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대병이다.

인간은 우월한 뇌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지만 실제 뇌를 작동하는 프로그램은 원시인 시대에서 큰 진화가 없다고 한다. 원시 시대에는 위험한 동물이나 상황에 노출될 경우 싸움-도피 반응이 생존에 매우 중요하였다. 외부 자극이 들어오면 1차적인 판단은 뇌의 하부에 있는 편도(amygdala)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편도는 생존을 위해 위험 정도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을 중시하다보니 자극을 정교하기 구분하지 못한 채 자동적이고 반사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인 반응을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 기억에 지배당하기 쉽다. 어려서 술취한 아버지에게 사소한 일로 야단을 맞거나 폭행을 당한 경우 술취한 사람만 봐도 두렵거나, 직장 상급자에게 조금만 야단을 맞아도 심한 불안감을 경험할 수 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으로 뇌의 편도가 과민한 상태에 있으므로 좁은 장소, 터널, 어두운 장소 등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자극에도 편도가 쉽게 흥분하게 된다. 이차적으로 교감신경계가 흥분하고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비되는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서 심장 두근거림, 발한, 가슴답답함, 어지러움 등의 다양한 신체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공포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공포증상으로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30세 여성인 김 양은 회식을 가게 되면 걱정이 앞선다. 고기를 먹고 싶지 않은데 동료들이 고깃집에 가자고 할 때 구차한 설명이 불편해서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 카페인 남용, 불규칙한 수면습관 같은 현대인의 흔한 생활습관도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를 증가시킨다. 스트레스나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극복을 위한 노력을 권하지만 많은 분들은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한다. 이런 현상은 동물실험에서도 관찰된다. 쥐에게 소리신호를 주고 몇 초 후에 전기 쇼크를 주면 쥐는 소리 신호가 나면 바로 탈출구로 도망친다.

하지만 탈출구를 막고 전기자극을 몇 번 당하게 되면 쥐는 탈출을 포기하고 전기자극에 몸을 맡기게 된다. 그 후 탈출구를 열어놓고 소리 자극을 들려주면 과거에는 탈출법을 알았지만 쥐는 탈출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굳은 자세로 얼어 있게 된다.

쥐보다 훨씬 현명한 인간의 생활 속에도 비슷한 원칙이 작동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이로 인한 좌절감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체험을 하게 되면 학습된 좌절감에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삶의 문제에 부닥치면 부정적인 생각이 우선적으로 떠오르고,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완충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건강한 삶의 방식을 거부하게 된다.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인간은 공황증상 등으로 고통스런 경험을 하게 되면 비슷한 자극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작은 고통도 심각하게 체험하고, 이를 유발하는 자극도 적극적으로 피하게 된다. 비행기 타는 게 두려워 가족여행을 못가고, 버스나 지하철 타기가 두려워 외출을 기피한다.

불안증상을 보이는 분이 내원하는 경우 갑상선질환, 심장질환, 간질 등의 가능성을 배제한 후 정신과 진단을 내리게 된다. 공황장애 치료제로는 2세대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처방하게 되는데 대부분 2주 이내에 증상의 강도나 빈도가 많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외에 자율신경계 흥분을 경감시킬 수 있는 복식호흡, 긴장이완훈련, 요가 운동요법 등 행동요법을 통하여 스스로 증상을 통제하는 능력을 키우고 공황장애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증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치료 기간은 6개월 내외로 예상하는 것이 좋다. 공황장애는 쉽게 치료가 되는 질병이다.

홍진표 서울시정신건강복지지원단장.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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