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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상록수를 꿈꾸며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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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21 18: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늦가을, 쏴한 기온이 얼굴에 상큼 와 닿는다.
 
우리 음성수필문학회 식구들과 비회원들이 함께 문학기행 하는 날, 여행은 무조건 좋다. 배낭을 둘러메고 나선 내 모습은 영락없이 수학여행 가는 여중생의 들뜬 모습이다. 그 여행은 남녀공학인 중학교에서 친구들과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수학여행이었다. 기차가 느리긴 해도 정감이 가는 완행열차를 타고 좁으면 좁은 대로 끼어 앉아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창문을 열어놓고 얼굴을 내밀며 자연 그대로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기도 하였다. 
 
기차가 아니라 좀 아쉽지만 그 기분 그대로 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가는 동안 벌써 심훈 기념관에 도착했다. 기념사진을 찍고 들어서니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인 문화 해설사님 해설로 독립운동가, 시인이자 소설가, 언론인, 영화인인 심훈의 탄생과 성장에 대하여 조근조근 해설이 시작되었고, 늘 푸르고자 했던 항일 민족 문학의 영원한 작가 심훈으로 하여금 사춘기 시절 읽었던 소설 속 이야기가 어슴푸레 떠올라 상록수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주인공 동혁과 영신은 농촌계몽운동을 하다 만난 연인이다. 민중계몽에 대한 피나는 노력과 젊은 청춘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는 너무나 애틋하고 두 사람은 일본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농촌계몽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힘쓴다. 영신은 여자로서 당당함과 교육받은 신여성으로 자신의 선택에 따라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자신을 희생하며 민족의식을 일깨우는데 젊은 날을 보낸다. 예배당을 빌려 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영신을 일본순사는 가만두지 않고 학생을 80명 이하로 줄이지 않으면 예배당을 강제로 폐쇄시킬 것이라고 협박한다. 영신은 고민 끝에 결국 학생 50여 명을 내보내고 이 학생들에게 예배당 앞에 줄을 그어놓고 예배당 밖에 앉아 수업을 들으라고까지 한다. 영신은 마을사람들에게 기부금을 모아 ‘청석학원’이라는 교육기관을 세우고자 노력하지만 과로와 맹장염으로 쓰러진다. 동혁 또한 고향에서 청년단체인 농우회 사람들과 함께 마을 회관을 짓고 활동하던 중, 마을 면장은 강기천에게 ‘진흥회’라는 단체를 세우고 회장이 되어볼 것을 권유한다. 권유받은 강기천은 동혁에게 농우회를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지만 실패한다.
 
이에 화가 난 강기천은 동혁이 모은 농우회 사람들에게 돈을 주어 자기편으로 매수하여 결국 동혁의 농우회는 강기천의 진흥회로 바뀐다. 동혁의 동생 동화는 이 사실을 알고 마을회관에 불을 지르고 만주로 도망을 가지만 동혁은 동생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게 된다. 동혁이 감옥에 있는 동안 영신은 계속되는 피로로 인해 각기병에 걸리게 되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 영신은 동혁과의 결혼 약속을 취소하려고 하지만, 그 말마저도 못하고 숨을 거두게 된다. 감옥에서 나와 영신의 죽음을 알게 된 동혁은 영신의 장례를 치러준다. 동혁은 산 곳곳에 서 있는, 사철 푸르른 상록수를 바라보며 평생 지치지 않는 열정과 헌신으로 영신의 몫까지 농촌 계몽 운동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심훈의 상록수 소설은 일제 강점기 농촌의 모습이며 교육을 통해 민족의 힘을 기르고자 하는 지식인들의 희생과 노력을 그려 내고 있다. 글을 배우고 싶은 아이들에게 자신을 희생하며 가르치는 영신과 교실에서 쫓겨난 아이들이 창가의 나무에 매달려 어떻게든 수업들 들으려는 모습이 눈물겹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능력을 나누면 모두가 함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그 어떤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희생했던 소설 속 인물, 아니 실제인물 영신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어쩌면 남을 돕기는커녕 자신의 빡빡한 일상에 시달려 생활하는 나에게 보람되게 살아가도록 채찍질해주는 듯하다. 퇴직 후의 미래를 정하지 못하여 아직도 고민 중인 나를 각인 시켜준 상록수의 여행이다. 먼저 영신이 가진 배려와 따뜻한 마음을 지닌 멋진 사람이 되어 아이들을 위해 도움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람이 앞선다. 
 
이 시간 중딩의 수학여행 기분으로 더 배우고자 상록수 문학에 취한 우리 회원들의 모습이 영신에게 글을 배우던 아이들의 눈빛과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음성수필문학회도 상록수처럼 늘 푸르길 기원하며 이곳에서 나의 미래도 꿈꿔본다. 상록수를 꿈꾸며 다음 일정으로 향한다.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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