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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움직임의 미학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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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21 16: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골프가 늘지 않습니다. 근래 3개월 정도를 엄청난 노력과 의지로 골프 연습에 매진했는데 잘 늘지를 않습니다. 왜 늘지 않을까요.

제가 처음 골프를 접한 것은 대략 7~8년 전인 것 같습니다. 그 당시는 시골에서 공중보건의 근무를 하고 있을 때라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해서 가까운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 때는 재밌어서 나름 열심히 했던 것 같기는 한데 내 스스로 자세를 돌아보거나 이론을 살펴보는 등의 노력은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10개월 정도를 레슨 받고 중간에 6~7년 정도는 1~2년에 한 번 필드를 나가는 정도로만 골프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요즘에 좋은 분들과 같이 가끔 필드에 나가려고 하다보니 너무 못해서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될 듯 될 듯 하면서 안 됩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사회적이든 아니든 어찌되었든 동물은 동물입니다. 수렵을 하고 채집을 하던 동물입니다. 사냥도 했고 자연에 투쟁하며 살아왔던 동물입니다. 인간이 진화를 하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지만 어찌되었든 그 기본은 동물입니다. 세포는 영양소와 산소를 받아들여 에너지를 만들고 그 에너지를 이용해 움직입니다. 장기들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요, 그로 인해 발생되는 노폐물들을 체외로 배출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몸의 근육, 건, 인대 등은 능동적,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뇌와 각각의 조직은 그들이 평소에 하던 움직임을 기억하고 그 움직임에 적응하게 됩니다. 저장되어 있으면서 순간적으로 바로 똑같은 동작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제가 7~8년 전에 했던 그 불완전한 자세나 습관이 몸에 완전히 익어서 레슨을 받으면서도 원래 하던 습관을 고치기가 너무나 어려웠던 거에요. 이것을 엔그램(engram) 이라고 합니다. 엔그램은 ‘기억 흔적’ 이라고도 하고요, 외부의 자극으로 생성된다고 가정하는 생화학적 변화를 지칭합니다. 이것이 중요한데요, 우리의 생각으로만 습관적으로만 그 동작이 뇌에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생화학적인 변화가 발생하면서 그 움직임의 패턴을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긴 흔적은 사실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옆에서 계속 동작들을 살펴봐줘야 하고요, 본인도 무단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이 젊은 사람들은 그나마 할 만 한데, 40대만 넘어가도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운동 동작들이야 레슨 받으면서 교정 한다고 해도 보행 습관이나 앉아있는 습관 등은 고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혼자서는 너무 힘들어요.

하지만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근골격계의 통증들의 대부분 원인은 바로 이것에 있다는 것이 치료에 있어서 난해한 점입니다. 사실 진료할 때 평소 해야 하는 움직임, 권할만한 동작들을 아무리 알려드려도 그대로 실행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일단 가장 중요한 것! 관찰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대략 2주에서 3주 사이 정도 기간을 잡아놓고요, 보행부터 앉아있는 것, 뛰는 것, 그리고 나의 습관 등을 관찰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단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2~3주 정도 경과한 뒤 대략적인 나의 문제점들이 보인다면 그 다음부터는 평소에 전혀 해보지 않았던 종목을 택해서 운동을 시작해 보세요.

단, 누군가에게 배워야 합니다. 혼자하시면 여기서부터는 별로 소용이 없습니다. 프로에게 배워도 좋고 잘하는 지인에게 배워도 좋습니다. 운동 동작들을 하면서 차차 몸이 편해지든 통증이 생기든 할 거에요. 그 때 부터는 이제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합니다. 양의학적 치료든 한의학적 치료든 뭐든지 같이 해야 합니다.

몸에서 무엇인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면 통증이 생기든 편해지든 둘 중에 하나입니다. 결국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처음 관찰부터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합니다. 첫 단계가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사실 관찰만 하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우리의 움직임을 교정하고 고쳐주는 것은 의식의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되는 부분도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관찰까지만 잘 해놓으면 나머지는 우리의 무의식이 알아서 교정해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의 각 기관과 조직은 혼자 움직이는 경우는 없거든요. 서로 견제하고 도와주면서 기능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그러한 작용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동물이나 인간입니다.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 전문가와 함께 하시죠.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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