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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인사(人事)는 만사휴의(萬事休矣)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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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09 16: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채용 면접장에서 “당신이 월급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사실 어떤 대답이 나올지 뻔히 예상되는 질문이지만 순발력이나 직장(조직)에 대한 고민 정도를 발견할 수 있는 응시생이 있는지 기대하며 던진 질문이다. 거의 대부분 “직장의 이익을 위해,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채용 결과가 발표되고 합격자들과 상견례를 하면서 그 질문에 대해 기대했던 답을 해준다. “직장 동료(상사나 동기생, 후배)와 잘 지내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직장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만큼 일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더 어렵다는 교훈을 주기 위함이다.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이야기이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성과로 인한 보람으로 풀어갈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풀기가 어렵다.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와 그 사람의 머리를 비추어 개과천선 시키지 않는다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든가, 아니면 스스로 참아낼 수밖에 없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부대껴야 하는 직장 동료들이기 때문에 서로의 성격과 스타일에 맞추어 적응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흔히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한다. 좋은 인재를 가려 써야 사회도 조직도 번성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평범한 진리인데 말처럼 지키기는 어려운 것 같다. 제도 탓일까, 의식 탓일까? 필자는 아직 순진(?)한 탓인지 몰라도 후자라고 생각한다.
 
이 지면에 첫 번째로 기고한 글의 일부처럼 모든 것은 세상 탓이 아니고 바로 내 탓이라는 돈키호테 같은 철학이라 비웃는다 해도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모셨던 상사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고, 필자 자신도 인사권은 없었지만 근로자이면서 관리자인 직분을 수행했던 경험을 토대로 확신을 갖고 있다. 투명한 경영철학과 소신이 있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청탁을 사양하고, 거절하기 어려운 라인을 진솔하게 설득한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험자의 이야기다.
 
단체장을 포함한 선출직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보은 수단의 하나로 인사 압력과 청탁으로 사용하는 배경에는 그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당신 자신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신념도 문제다. 안 받아들이면 되고 그 결과로 자신이 경질된다면 달게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그런 조직과 윗사람의 지휘 하에서는 비전이 없으니 말이다. 물론 본인이 청탁에 힘입어 낙하산으로 낙점된 사람이라면 해 줄 말이 없다. 
 
이미 당신이 세상을 망치고 있는 장본인이니까 말이다. 소신도 없고, 전문성도 없고, 조직경영 능력도 없다면 그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만 바늘구멍 난 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이름과 인생에 먹칠을 하는 것이고, 바늘구멍 난 둑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니까 말이다. 비단 기관장을 포함한 리더 그룹에 국한한 말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리더 그룹과 평직원들은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성은 있다. ‘팔로워십(followership)은 바뀔 수 있어도 리더십(leadership)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구성원(평직원)들의 역할과 역량은 리더 그룹에 의해 변화될 수 있지만 리더 그룹의 자질과 역량은 바뀌지 않는다. 설령 역량이 부족한 직원이라 하더라도 팀장급 이상의 리더 그룹의 학습에 의해 능력이 배양될 수 있지만, 아무리 훌륭한 직원이라 해도 리더 그룹에 문제가 있다면 능력 발휘가 불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퇴보한다.
 
특히 전문가가 있어야 할 조직에 전문성이 없고 경영 능력과 리더십이 없는 인사가 채용된다면 더욱 심각하다. 아무리 똑똑한 신입직원을 채용한다 해도 그들이 배울 수 있는 대상이 없다면 조직의 미래는 어찌 되겠는가? 그만큼 리더 그룹의 인사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인사(人事)의 영향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된 조직들이 많다. 
 
필자는 공공기관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해왔다. “당신들이 하는 일을 일반 공무원들이 그대로 할 수 있다면, 시에서 무엇 때문에 전문직을 채용하겠냐”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길을 잃으면 헤매라. 다만 당신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잊지 말아라” 
 
적폐청산으로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는 정부가 채용 비리에도 칼날을 들이댔다. 우리 사회 구조 속에 과연 실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거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노력을 폄훼하는 것도 아니고 지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니 간절히 원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러면 가능성 있지 않을까? 청탁하는 사람, 듣는 사람, 채용되는 사람을 모두를 형사처벌하는 법안을 만든다면 말이다.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대전예술의전당 홍보팀장·전)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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