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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블라인드 채용과 대입수시제도의 불가분 관계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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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02 18: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필자는 최근에 사원 블라인드 채용의 면접관으로 위촉되어 몇 차례 활동한 바 있다. 물론 지난 수년 동안 여러 번 다양한 기업의 면접관으로 위촉된 적이 있기에 그동안 사원 채용 면접의 형식과 절차에 나름대로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블라인드 채용에서 확연히 달라진 것은 지원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였다. 이력서에 사진이 첨부되어 있지 않았다. 거주지 주소와 학력, 생년월일도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기본 서류심사를 통과해서 면접심사까지 온 지원자들이 지방대학 출신인지, 서울권 대학 출신인지, 대학원 졸업자인지,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자인지 면접관으로서 전혀 알 수 없었다. 또한 면접관들에게는 묻지 말아야 할 사항들이 사전 숙지 되었는데, 고향, 나이, 출신학교, 정치적 견해와 같은 것들이었다.
 
각각의 지원자들에게는 공정하게 20분의 면접시간이 주어졌다. 20분은 다양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지원자의 면접 평가요소들을 측정하고 산출하는데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지원자의 진정한 실력이 종합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번 블라인드 채용과정에서 반전과 같은 것도 경험할 수 있었다. 외모로는 가장 뒤처질 것 같은 지원자가 면접관들에게 가장 호감도가 높은 합격자가 되었다. 면접관들이 던지는 여러 질문들에 성실하고 창의적이며 열의 있는 답변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실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마음껏 보여 주었다. 그 반대로 외모는 뛰어나지만 여러 핵심 질문들에 대하여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함으로써 최종순위에서 대기자로 밀리거나 심지어 불합격 처리된 지원자들도 발생하였다. 
 
영국, 독일,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이미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오직 지원자의 실력만을 검증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해 오고 있으며, 동시에 이 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을 함으로써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착단계에 접어든 상태이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진정 실력 있는 인재를 선출하는데 출신지역, 출신대학, 성별, 나이, 부모나 장인장모, 남편 또는 부인, 이도 저도 안 되면 사돈의 팔촌이 가진 ‘빽(사회적 배경)’이라도 동원하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차별적 요인들은 선발시험에서 기재 및 노출을 금지하고 배제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도입단계에 접어든 블라인드 채용에 대하여 벌써부터 설왕설래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몇 가지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요소들만을 가지고 벌써부터 평가를 내리기엔 이른 감이 있다. 갈 길이 아직 멀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앞으로 블라인드 채용의 장점들이 지속적으로 더욱 보강되고 개선되어 제대로 실시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미 이러한 채용방식을 국민들에게 환영받는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로 정착시킨 선진국들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더 큰 자부심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민주적 풀뿌리 채용 방식으로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현재의 대학입시제도 가운데 현행 수시전형제도에 대하여 갈수록 많은 국민들이 회의를 느끼고 있다. 아직은 찬성의견도 많은 형국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갈수록 더욱 거세다. 수백 가지 종류에 달하는 수시전형으로 인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정경제에 상당한 중장기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부모의 시간과 에너지, 집중력을 착취하고 분산시킴으로써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생산능력을 약화시키고 불필요한 기회비용 및 사회적 비용만 폭증시킨다는 것이다. 
 
취업제도와 대학입학제도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핵심은 바로 국민들이 폭넓게 납득하고 환영할 수 있는 공정성과 투명성의 존재 여부이다. 인생의 기로와도 같이 국민들의 인생 방향을 결정하는 두 개의 중차대한 시험이다. 이 두 선발제도야말로 그동안 헬조선과 흙수저 금수저와 같은 현 세태를 반영하는 용어들이 탄생한 발원지들이다. 이 두 제도가 그동안 보여준 여러 문제점들은 젊은 층에서 현재 만연하는 독신과 비혼의 원인이며 결혼한 세대에서는 아이를 하나 이상 가질 엄두를 못 냄으로써 인구감소의 근본적 원인일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제대로 정착하고 대학입시제도가 지속적으로 개선됨으로써 국민들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층이 결혼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사회,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기 벅차고 힘겨운 사회,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양극화와 장애물로 인하여 부모와 아이가 자신들이 행복할 권리를 빼앗긴 절망스러운 사회라면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은 없다.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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