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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톡에는 학생 3800여명이 친구로 등록돼 있어요”

12년 동안‘학교 밖 청소년’곁을 지켜온 대전 중부서 김성중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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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0.19 19:18
  • 기자명 By. 정완영 기자
▲ 대전 중부경찰서 김성중 경위
 
[충청신문=대전] 정완영 기자 = 요즘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이나 청소년 범죄의 온상인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지난 12년 동안 묵묵히 그들 곁을 지켜 온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김성중 경위(51)를 경찰의 날을 맞아 만났다. 지난 12년 동안 청소년 상담프로그램과 학교폭력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과 청소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전문가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김 경위로부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처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동기는?
2001년 정림파출소에서 근무할 때 관내에 아동 양육시설이 3개 있었다. 그 때 대전시에 총 11개가 있었는데 그 관할에만 3개가 있어 자연스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때에는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켜 자주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붙잡아서 조사를 하면서 원인을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아동 양육시설 3개와 식사도 하고, 함께 운동도 하고, 후원할 곳도 알아봐 주기도 하면서 점점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후 내동 파출소에 근무할 때 중학교 2학년 한 아이가 새벽 3시에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잡은 적이 있다. 이 친구 조사과정에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는데 “알아서 처리하라”는 말을 듣고 방치 상태임을 직감했고, 부모에게서는 더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조사를 마치고 집을 데려다 주면서 경찰차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 이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생겨 따라 올라가 집안 환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냉장고 안을 열어 보니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고, 세상에 혼자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한민시장에 함께 가서 밑반찬도 사 주고, 사회기관과 연계활동을 시작했다. 순칠을 돌다가도 집에 들러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 주기도 하고 국민 기초수급 대상자로 월 생활비를 받을 수도 있게 해 줬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고 다시 절도로 잡혀 온 것을 보고 무엇이 잘못 되었나 알고 싶어 졌다.
 
청소년 관련 많은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이수한 것으로 아는데?
2003년 9월 본격적으로 청소년 상담사 공부를 시작했다. 이 과정을 공부하면서 강사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절도나 폭행이 범죄지만 아이들은 이 절도나 폭력으로 관심을 가져 달라는 메시지다”라는 말 한마디로 청소년들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이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이 60여개나 된다.
 
그동안 어떻게 활동했나?
먼저 ‘학교폭력 없는 세상만들기’라는 다음 카페에 83개의 게시판을 만들어 14년째 운영 중인데 이곳에 있는 자료 사례만으로도 좋은 자료가 돼 학교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5가족으로 된 가족봉사팀이 월 1회 고아원을 방문해 점심식사를 만들어 함께 나누며 고민 상담이나 학습지도 등을 하고 연 2회 캠프도 가진다.
겨울에는 아이들과 함께 스키캠프로 아이들이 평소 하지 못하는 것을 해 준다. 지난 14년 동안 연인원 4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스키캠프를 즐겼다. 이것은 고향 무주에 형제자매들이 도와주는 덕분에 해 나갈 수 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른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정 폭력의 피해자도 가해자”라는 말이 있다. 결국 대물림으로 폭력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결국 아이나 어른 마찬가지로 ‘공감·경청·이해’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임을 알았다. 상담의 90%는 경청이다. 상담받는 사람은 모든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해결책까지 내놓는다. 잘 들어주면 스스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요즘 활동하는데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게는 ‘카카오톡’이라는 SNS에 학생 친구들이 3800여명 정도가 있다. 의외로 사이버폭력이나 SNS를 통해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착안해 직접 ‘톡’을 하며 예방하기도 한다.
 
12년간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부심을 느낀다면?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맞춤형으로 필요한 것을 해 주었다는 것이 자부심이다. 상담을 하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파악되면 사람이나 기관 등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그물망을 통해 연계해 주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체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말로 잘못돼 소년원에라도 가게 되면 출소할 때까지 소년원 정기면회까지 간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 폐지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소년법 폐지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가정이 건강해야 아이들이 건강하듯이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못하면 사회나 국가에서 대신해 주어야 한다. 알고 있는 주변 어른이라도 나서야 한다. 국가는 예산을 들여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퇴직할 때까지 좀 더 청소년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해 퇴직 후에는 이름을 걸고 청소년 상담소를 운영해 보고 싶다. 아울러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의 보금자리도 같이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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