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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바람직한 대학 생활이란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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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0.15 15:4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친구들과 함께 1년 후 대학생이 된 우리들의 모습을 자주 상상해보곤 하였었는데 그때는 대학생의 가장 큰 특권인 '자유' ,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대학생활의 행복이 그저 간절하고 낭만 그 자체였었다.

지금 대학교의 과목 선택은 초·중·고와는 달리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직접 선택하는 방법이다. 물론 고등학교 때 수능의 사회탐구영역의 과목을 선택하여 듣는 제도가 있긴 했지만, 그것은 대학의 수강신청과는 분명하게 차이점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은 현재 만족스럽고 자유로운 교양 과목 선택을 할 수가 없다. 특히 캠퍼스가 2개 이상 존재하는 대학교에선 더군다나 시간과 거리에 있어 약간의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우리 딸아이도 이전 학기에 본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하였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이동 중에 공부하기가 다소 불편하고, 도착하자마자 강의를 들어야 해서 초반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속상하다고 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불편한 점들 때문에 본 캠퍼스의 강의는 쉽사리 선택하기가 힘들었고, 대학생의 특권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었다.

다른 캠퍼스에도 좀 더 다양한 교양 강의를 개설해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학기마다 추가되는 교양 강의는 있지만, 만족스러울 만큼 다양한 강의가 생겨나지는 않는다. 솔직히 이것은 인력의 문제와 재정적인 대학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즉,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할 수 있는 양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학생들은 질 좋고 다양한 강의를 듣길 원한다.

인생에 있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이왕이면 학생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겠지만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 또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확실한 정답은 없다.

교양 과목은 매우 심오한 과목이다. 전공 과목으로 인해 치우친 사고나 관념의 밸런스를 조절해 줄 수 있는 역할도 하지만 전공 과목만으로도 벅찬 대학생들에게 고문과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양 과목은 대학 생활 이후의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뿐 아니라 원만한 인간성을 함양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3년제의 대학에서는 전공에 치중된 교육을 실시한다. 그리고 4년제의 대학과 비교하면 교양 과목의 비중이 낮다. 하지만 교양 과목의 비중이 적은 3년제 대학의 졸업생들이 4년 동안 교양 과목을 전공 과목 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한 학생에 비해 인간적인 면모나 지식적인 측면에서 그리 밀리지는 않는다.

사람의 교양이 있고 없고는 살아온 삶의 환경에 의해서 결정된다. 솔직히 3개월도 채 되지 않는 그 단기간 동안에 교양 과목을 듣는다고 해서 한 사람의 인성에 그리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양 과목을 공부한 시간이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짧은데 어찌 한 사람의 사고와 관념을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바꿀 수 있겠는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실현이 불가능한 말이다. 취업을 위해서라면 내가 듣고 싶은 교양 과목이 있더라도 조금이라도 성적이 더 잘 나올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체육을 좋아해서 교양을 주로 체육과 관련된 과목을 들은 학생과 토익과 같이 취업에 좀 더 유리한 교양을 들은 학생이 있다면 나중에 취업에 더 유리하게 될 학생은 후자이다. 그 이유는 전자보다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스펙을 좀 더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늘날 대학생들은 교양 과목도 어쩔 수 없이 ‘취업, 스펙’이라는 속박 속에서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고, 교양 육성의 본질을 잃은 오로지 학점만을 위한 전공 아닌 전공인 교양 과목을 듣고 있다. 이는 매우 슬픈 일이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여러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학이라는 곳은 우리가 상상하던 대로 그렇게 막연한 자유가 펼쳐진 곳은 아니다. 공강 시간의 여유도 과목 선택의 즐거움도 상상과는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건 다른 의미의 자유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자유,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입시의 압박감으로 부터의 자유, 대학은 인생의 자유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디딤돌과 같은 곳이다. 학생들은 지금 존재하는 이곳에서 만끽할 수 있는 자유를 무한하게 느끼면서, 본인의 상상과는 조금 달랐던 대학의 모습을 잊어버리고 앞으로의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자유를 향해 나아가 보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바람직한 대학의 생활이다.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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