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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융합의 시대, 변화의 물결은 주변에서 시작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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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28 16:2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이달고(스페인), 청교도(미국), 부르주아(프랑스), 젠틀맨(영국), 사무라이(일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바로 지난 300년 동안 근현대 세계사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원래 모두 역사의 주역이 아닌 자국에서 일종의 주변계급이었다. 1000년 이상 귀족들의 부하로 지내며 그들의 편의를 봐주는 직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신분세습이 보장되지 않는 하급귀족이거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은 있으나 귀족이 아닌 평민이었다. 일본의 사무라이 역시 주군을 옆에서 모신다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 시(侍)의 일본어 발음인데 대다수가 하급무사였다. 따라서 이들은 중앙 권력핵심부로의 진출이 불가능한 주변세력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18세기에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신속하게 상공업자로 변모하여 기술력과 자본을 축적해 나갔다. 그리고 국제정세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영민하고도 실용적인 감각을 키워나갔다. 귀족계급과는 달리 대대로 세습되는 영지나 정치적 특권이 없기에 오히려 이들은 미련 없이 기업가로서 빠르게 변신하였는데, 18세기 이후부터의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글로벌 무역과 더불어 국제정세의 흐름을 이들이 주도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세계무역, 국제정치는 바로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들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이들에 의해 계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남미대륙을 정복하여 스페인문화권으로 만들어 버린 코르테즈가 이달고 출신이다. 또 다른 정복자인 피사로와는 친척지간인데, 피사로는 일자무식의 사생아로 스페인 본국에서는 돼지치기에 종사하였다. 이들은 귀족이 지배하는 작은 스페인을 떠나 거대한 신대륙으로 진출하여 자신들의 야망을 성취해 나갔다.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오늘날의 초강대국 미국 건국을 건국했던 존 애덤스,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과 같은 위인들은 청교도의 후손이다. 청교도들을 다른 용어로 불복종주의자라고 한다. 이들은 영국국교회와 국가원수인 영국 왕에 불복종하였기 때문에 영국에서 쫓겨나 북미대륙으로 건너와야 했다. 
 
프랑스대혁명의 주체는 바로 귀족의 조력자였던 부르주아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모시던 왕족과 사제, 귀족계급을 무력혁명을 통하여 타도하고 프랑스를 공화국으로 선포했다. 
 
영국역사상 최전성기인 빅토리아여왕의 시대를 이끈 글래드스톤 수상과 디즈레일리 수상도 젠틀맨이다. 이들은 영국 역대 수상들 중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꼽힌다. 글래드스톤은 잉글랜드지방의 정통 앵글로색슨족이 아닌 북쪽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한 켈트족의 혈통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영국역사상 최다피선, 최장기 수상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정계은퇴 후 평민으로 여생을 보냈다. 디즈레일리는 원래 스페인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강제 추방되어 영국에 정착한 세파르디 유대인집단의 후손이다. 대영제국이라는 용어도 디즈레일리 수상 때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는데, 당시 지구상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육지 가운데 약 40%를 영국의 영토로 편입하였다. 
 
일본의 전근대적 막부정권을 타도하고 메이지유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현대 일본을 만든 이들이 바로 하급무사였던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후쿠자와 유키치, 이토 히로부미 등이다. 이들에 의해 당시 형성된 조슈번과 사쓰마번 하급무사 출신들의 일본 정계, 재계, 산업계를 장악하는 흐름은 지금도 상당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 수상인 아베의 가문 또한 바로 조슈번 출신이다. 
 
그럼 당시 우리 민족은 어땠을까? 스스로 변화할 의지도 변화를 이끌어낼 역량도 매우 부족하였다. 고려시대 이후부터 약 1000년동안 상공인계급을 천시하고 이들을 귀족과 양반계급에서 지속적으로 통제하다 보니, 변화의 주역이 될 주변부가 두텁게 형성될 수 없었다. 남들이 다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변화를 거부했던 그 귀결은 비참하게도 일제강점과 외세 신탁통치라는 민족적 치욕으로 이어졌다. 더구나 1000년동안 지속되었던 그런 폐단적 관념은 아직도 우리 사회 여러 군데 계속 남아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그것들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가려내며 부단하게 고쳐나가지 않는 한 불필요한 지역적 국가적 역량의 낭비는 계속 될 것이다. 빛의 속도로 급변하는 현시대에 관념과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사농공상이 아닌, 이것들이 뿌리부터 파괴되어지고 새롭게 서로 융합되는 신창조 신역사의 시대이다. 
 
이노신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 프로필 
- 현 호서대학교 인문융합대학 교수
- 현 호서대학교 대학원 나노바이오트로닉스학과 운영위원 
- 현 국가영어시험 출제위원
- 현 형사조정위원
- 현 산업통상자원부 융복합 국책프로젝트 수행 중
- 현 하버드대학 교수진과 인문학 공동프로젝트 수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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