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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병무청 심리검사는 진화 중

조종만 대전충남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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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27 18: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조종만 대전충남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장
2005년 김일병 총기난사 사건 이후 병역이행에 있어 심리적 문제가 군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심리검사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병무청에서는 2006년 심리검사를 전면 시행하였고, 2007년에는 11명의 전문인력(임상심리사)이 채용되기 시작하여, 현재 전국청 40명, 대전충남지방병무청은 4명의 임상심리사가 병역판정검사에서 군복무 부적합자를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병무청 심리검사는 단계별로 1차 심리검사, 2차 심리검사, 3차 종합심리검사로 분류된다. 1차 심리검사는 모든 대상자에 대해 인성검사(271문항)와 인지능력검사(38문항)를 한다. 1차에서 선별이 되면 2차 심리검사에서는 임상심리사와의 1대 1 면담이 이루어지고, 정말검사 대상자로 판정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담의사가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여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으로 신체등급판정을 내리거나 재검판정을 해 외부의료기관에서 치료가 이어지도록 한다. 필요한 경우 3차 종합심리검사를 임상심리사에게 의뢰하게 되는데, 4시간 이상의 1대 1 심리검사, 면담을 통해 수검자의 지적능력을 비롯한 정서, 행동, 성격 등 전반적인 심리적 상태를 평가한다.
 
심리적 문제는 명백하게 드러나는 신체적 질환과 달리 구체적 실체를 찾기 어렵고, 추상적이고 조작적인 속성을 지닌다. 이를 구성개념(construct)이라고 하는데, 심리적 문제를 확인하는 일은 까다롭기에 체계적이고 엄밀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조현병, 조울병, 우울증 등 과거 병력의 증거가 있다면 덜 까다로울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까지나 병역판정검사 당일 수검자의 자기보고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3단계의 심리검사를 거치고, 재검판정을 통해 최소 6개월간의 치료 및 경과관찰 기간을 두게 된다.
 
심리검사가 전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첫술에 배부르랴. 모든 검사의 중요한 쟁점은 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병이 있다는 결론을, 병이 없는 사람에게는 병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심리검사도 마찬가지이다. 그 동안 심리검사의 선별력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1998년 개발된 군인성검사를 기초로 한국국방과학연구원이 개발한 ‘복무적합도검사’가 2009년부터 사용되었다. 2017년에는 ‘복무적합도검사 2.0’으로 전면 개정되었다. 또한 임상심리사 증원을 통해 2차 심리검사가 더 심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했으며, 2015년부터 종합심리검사를 확대하기 위해 담당 인력을 증원 중이다. 
 
심리검사는 현재의 심리적 문제를 진단해야 할 뿐 아니라 미래에 당면할지도 모르는 문제, 즉 군환경 부적응을 예측하라는 무거운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최근 일련의 군사고 가해자들이 병역판정검사를 받았던 당시에는 정신질환 및 심리적 문제가 없었지만 입영 후 병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에 의해 ‘심리적 취약성’이라는 개념이 대두되었다. 
 
입영 전에는 심리적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일생생활에 적응하고 있지만 병영생활이라는 특수한 환경 하에서 스트레스가 심리적 취약성을 촉발시키고, 정신질환, 문제행동을 발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흐름에 발맞추어 작년에 병무청에서는 중앙대학교 연구팀과 협력하여 ‘군환경 적응 취약성 모형’을 도입하였고, 시범실시를 통해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였다. 또 올해 개정된 신(新)인성검사, ‘복무적합도 검사 2.0’에서는 군 환경 부적응을 예측하는 성격 관련 문항을 대규모로 포함시켰다. 군 환경 적응 취약자 선별을 위해 남은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종합심리검사 확대 실시를 위해 충분한 인력을 증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를 설득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생물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켜 환경에 적응하듯이 병무청 심리검사 역시 점진적으로 변화를 꾀하며 진화해 왔다. 10년 전 완벽한 상태로 출발하지 않았지만 꾸준한 심리검사 도구의 개정과 새로운 검사 시스템을 도입하여 발전을 도모였다. 앞으로도 변화된 병영문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기존에 지닌 한계점을 개선해 나가며 현재 요구에 잘 적응하는 심리검사,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무행정에 기여하는 심리검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조종만 대전충남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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