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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석 차례상 장보기는 전통시장에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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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25 16: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추석을 앞둔 이맘때면 언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차례상을 차리려면 얼마가 드느냐 하는 기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전통시장에선 21만7000원이 든다는 조사를 얼마 전 내놨다. 대형유통매장보다 9만원이나 싸다. 한 푼이 아쉬운 요즘 같은 시절, 가격 비교는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공공기관과 시민단체가 내는 가격 비교엔 더 깊은 뜻이 있다. 전통시장을 이용해 달라는 호소다.
 
빠지지 않는 소식은 또 있다. ‘명절 대목이 사라졌다’느니 ‘전통시장 경기가 좋지 않아 상인들이 울상’이라는 기사다. 공공기관들이 장보기 행사를 하고, 기업은 온누리상품권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도 한다. 경찰은 한시적이나마 전통시장 주변 주차를 허용해준다. 그럼에도 호소를 해야 할 만큼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은 뜸하다. 그러니 이맘때면 신문 사설도 ‘전통시장을 살리자’가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역경제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지역 기업과 농수축산인들이 생산한 상품 대부분이 전통시장에서 판매된다. 점포를 운영하는 이들은 대부분 지역에 거주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우리의 이웃이라는 이야기다.
 
전통시장의 활기는 원자재를 공급하는 지역의 제조업과 농수축산업, 기초산업과 연계상권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역 순환경제의 중심축인 셈이다. 전통시장이 건강하게 유지돼야 지역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또한 시장은 우리 이웃의 삶의 터전이고, 일터다. 이웃이 행복해져야 나 또한 웃을 일이 많아진다.
 
제수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니 좋고, 상인들은 장사가 잘 되니 웃는다. 중소업체나 농어민들을 돕는 일이요,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이니 전통시장 이용은 ‘일석몇조’인 일이다.
 
물론 대형매장을 찾는 이유, 안다. 카트를 끌고 매장을 한 바퀴 돌면 필요한 건 모두 구입할 수 있다. 동네 근처 매장을 가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주차도 편리하다. 그러나 대형매장의 매출액은 서울 본사로 보내진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대형매장을 이용하면 지역의 돈이 지역 외로 빠져나가지만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고스란히 지역에 남는다.
 
또한 최근의 소비 트렌드는 편리함만 찾는 게 아니라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왕이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 도덕적인 기업이 만든 제품, 우리 지역과 가까운 농어민이 생산한 농수산물을 찾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른바 ‘착한 소비’, ‘똑똑한 소비’다. 발품을 팔더라도 로컬푸드,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 수입품이라면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 농민 어민 축산인이 생산한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이 로컬푸드다. 생산과 소비가 가까우니 오래 보관하기 위한 농약을 뿌릴 필요도 없고, 훨씬 싱싱하다. 게다가 살림이 팍팍하기는 시민이나 상인이나 다를 게 없다. 천정부지 물가에 속이 타는 건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이웃과 상생하고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어 서로를 살리는 일이니 전통시장 이용만큼 ‘착한 소비’도 없다 하겠다.
 
추석 때 반짝한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나느냐,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런 명절 때라도 찾아보시라 권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 번이라도 가보고 확 달라진 전통시장을 경험해본다면 다시 또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이 늘 거라고 기대해보는 것이다. 전통시장도 편리하게 또 좋은 제품을 믿고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추석 대목을 맞아 충청지역 곳곳의 전통시장에선 각종 놀이마당과 문화행사, 축제, 세일 등의 다양한 행사들을 열어 소비자들이 어서 오시라 손짓하고 있다. 가보시라. 유통매장들보다 훨씬 즐겁고, 인터넷에는 없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하다. 사람 사는 정이 돌고, 인심도 훈훈하다. 특히 시장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또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힘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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