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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국가 존재의 이유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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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9.21 16: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은 국민이 국가이며, 국가는 국민의 안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헌법 제1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버린 이들은 우리 주변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 중 한 집단이 기지촌 여성, 소위 양공주로 불리던 여성들이다.

전쟁 이후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을 위해 국가는 동두천 일대의 성매매 집창촌을 사실상 관리했고, 성매매 여성의 성병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면서 강제로 격리해 관리했다. 또한 “미군한테 잘해야 나라가 잘된다”는 식의 정신교육까지 시키는 등 국가가 ‘포주’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들 외에도 암암리에 전국적으로 유지되던 집창촌에서 성을 공급하던 여성들은 윤리적으로 타락한 여성이라는 이름의 ‘윤락녀’로 은폐되고 방치했으며, 수요자들의 성매수는 당연한 권리로 묵과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2000년과 2002년 군산지역의 성매매 집창촌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로 인해 인권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이 사건들로 인해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 될 수 있었다. 성매매방지법은 단순히 기존의 ‘윤락행위등방지법’을 대체하는 것뿐 아니라 성매매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젠더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문제이며, 이 문제해결에 국가의 책임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은 그대로 남아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보호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성폭력 신고를 했는데 ‘업소녀’라면서 ‘성매매 행위자’가 되고, 동시에 성폭력 무고죄의 피의자가 되기도 한다.

최근 방영된 KBS 2TV ‘추적 60분’은 ‘미군 위안부의 진실’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인 미군 위안부 문제를 꼬집었다. 박정희 정부 당시 국회의원은 “밑천을 들이지 않고 외화를 획득하는 길은 이 길밖에 없다”고 답했다. 즉 국가는 외화벌이를 위해 성매매를 방조하고 심지어 조장해왔던 것이다. 박정희 정부와 일제 강점기 때 군 위안부로 조선 여성들을 짓밟았던 일본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성매매는 성관계가 아닌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적 착취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을 도구화·성적대상화하는 여성혐오 문화를 기반으로, 그리고 그 문화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행위로서 수행하는 것이 성구매 행위다. 이것을 정상적인 남성성의 일부이며, 남성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으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남성의 성구매는 당연한 성적 욕구나 권리로 포장되면서 그 비난의 화살은 여성에게 돌아온다. 이러한 점이 성매매를 둘러싼 담론논쟁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하고, 발화되고, 퍼져나가고 있는가를 논쟁해야 하는 지점이다.

최근 순천지역 대학의 교수가 강의 도중 "내가 보기엔 그 (위안부)할머니들은 사실은 상당히 알고 갔어. 오케이? 그 끌려간 여자들도 사실 다 끼가 있으니까 따라다닌 거야. 내 말의 요지는 끌려간 놈들이 바보다"라고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말은 여전히 우리 사회 여성들에 대한 인식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는 또 다른 국가 권력에 의한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기지촌의 여성들에 대한 인식 또한 다르지 않다. 올해 초 법원은 미군 위안부 소송에서 국가의 강제 격리를 불법으로 판결했다. 이들의 인권침해를 조사할 법안도 국회에서 발의됐다. 19일부터 25일까지는 성매매 추방 주간인 만큼 국가 권력에 의한 여성을 향한 집단 폭력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이러한 범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논의해야 한다. 국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차원의 논의로 이어갔으면 한다.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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