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아동’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18세 미만인 사람을 일컫는다. ‘아동’은 법적으로 제약되는 것이 많지만, 19세부터는 ‘민법’에서 인정하는 ‘성년’이 되어 선거권을 가질 뿐 아니라, 사법상 완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법적 구분이 한 인격체로서 아동이 갖고 있는 존엄성과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닐진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으로만 보고 그들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는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고 이들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한 아동권리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도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해 아동권리 이행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엔에 보고하고, 그 검토의견을 받아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및 정책 환경을 개선해 오고 있다.
아동복지법 전부개정(2000),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2004),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2014) 등 제도적 환경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아동이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권리실현은 어떨까?
‘대한민국은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이 말은 누구라도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차별적 환경에서 양육되고 있다. 특히 부모의 기본 품성 및 경제사회적 지위에 따라 육아와 보육 환경이 천차만별이다. 즉,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권리를 누리는 수준은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굿네이버스’에서는 전국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대한민국 아동권리 지수(Korea Children’s Rights Index)’를 발표했다. 조사는 아동의 권리를 생존권(영양, 건강활동), 발달권(교육, 여가, 관계) 보호권(학대, 폭력), 참여권(존중, 참여)의 4가지 영역 38개의 세부지표로 구성된 아동권리 지수를 만들고, 16개 시·도의 초등학교 4학년, 6학년, 중학교 2학년 학생과 부모를 대상으로 각각 9000명씩 우편조사를 했다.
그 결과, 16개 시·도별 아동권리지수 순위는 부산(107.0), 대구(105.7), 울산(104.9), 서울(103.8), 대전(103.6) 순으로 나타났고, 우리 충북은 안타깝게도 제주(94.0), 전북(93.7)보다 약간 높은 95.2점으로 하위권인 14위에 그쳤다.
순위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학대, 폭력 경험과 관련 있는 보호권을 제외한 생존권(규칙적 식사, 건강검진, 수면시간, 신체활동 등), 발달권(학교생활만족도, 여가생활, 부모·교사·또래와의 관계 등), 그리고 참여권(의견 존중 받아본 경험, 동아리·자원봉사·정책 활동·아동권리교육 등 참여 경험 등) 영역에서는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
또한, 충북도 청소년종합진흥원 상담센터에서 진행한 ‘2016년 충북도 청소년 위기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도내 12~19세 청소년 3,518명 중 843명(23.3%)이 “1년 이내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응답자의 5.9%는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확인됐고, 2.7%는 자살을 실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우리 충북의 아동들이 행복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굿네이버스의 아동권리지수 발표에서는 특히, 각 시ㆍ도의 재정자립도와 아동복지 예산 수준 차이가 해당 지역 아동의 권리 보호 격차로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시ㆍ도별 아동 권리 보장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재정 격차를 줄이고 아동복지 예산의 확대가 필요하고, 이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중앙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대도시처럼 지방 정부의 재정 여건이 좋은 곳에서 태어난 아동들은 권리 보호를 잘 받고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 살아가는 아동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지역 간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아동복지 예산 확대와 시ㆍ도별 재정 분배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충북도에서도 아동권리지수 하위권이라는 부끄러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아동복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