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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임청각과 이상룡 선생

안순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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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8.17 17: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언급하면서 예로 든 ‘임청각(臨淸閣)’. 한때 접속자가 몰리면서 소개하는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지요. 고성 이씨(固城 李氏)의 종가인 임청각은 경북 안동시 법흥동에 있는 아름다운 옛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가(民家)랍니다. 연산군을 축출하고 영입한 중종 14년(1519년)에 지었으니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근 80년 전의 집이요, 아흔아홉 칸 집이었다니, 궁궐이 아니고는 100칸 이상 짓지 못하게 했던 당시로서 가장 큰 민가이기도 하지요. 
 
이 집은 최고(最古), 최대(最大) 민가뿐 아니라 전통가옥에 깃든 풍수문화를 간직한 문화재적 가치 또한 관심을 가질만합니다.
세 명의 정승을 낳을 뿐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옮겨 누이면 목숨이 연장되는 연수(延壽)가 예언된 땅입니다. 그래서 이 집에는 정승을 낳는다는 영실(靈室)이 있고, 불사방(不死房)이 있는 것으로 소문나 있지요.
건물이 사방을 둘러싸고 그 안에 4개의 마당이 있습니다. 용(用)자 집이지요. 주택풍수에 해(日)와 달(月)이 융합되면 음양합일로 좋다 하여 이를 합쳐 용(用)이 된 겁니다. 때문에 아기자기한 공간을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빼어난 건축가 김수근은 “인간적인 치수를 반영하여 지은 집”이라고 감탄했지요.
 
동서 양쪽에 문을 만들었으나 남쪽에는 문이 없었답니다. 어느 날 한 스님이 집을 살펴보더니 남쪽 벽에 작은 문을 내면 도난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남쪽 벽 사이에 작은 문 하나를 냈는데 도둑이 이 작은 문으로 들어왔다가 갑자기 눈이 캄캄해지고 보이지 않아 잡혔습니다. 다락문 아래에 있는 문이 ‘도둑의 눈을 멀게 하는 이상한 문’이요, 퇴도문(退盜門)입니다. 최고 최대에 기이(奇異)가 더해진 집이라고 하겠습니다.
 
영남산을 등지고 낙동강이 앞에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집인데, 지금은 낙동강이 흐르는 풍경을 볼 수 없습니다. 일제가 훼손할 심산으로 마당을 관통해서 철길을 놓았기 때문입니다. 짧은 10여㎞ 구간을 두 차례나 급하게 휘어지게 만들었으니 공사비도 몇 배나 더 들어갔을 겁니다. 일제가 그렇게까지 훼손하려 들었던 까닭, 그게 문 대통령이 언급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입니다.
 
독립운동가만 7명이 이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 선두에 석주(石州) 이상룡(李相龍) 선생이 있습니다. 선생은 가야산이 들어가 의병을 양성했고, 계몽운동을 펼치다가 만주 간도로 망명, 산재해있던 독립단체와 독립군 통합운동에 몰두, 1925년 국무령(國務領. 지금의 대통령)으로 상해임시정부를 이끌었습니다.
 
선생의 활동에서 무엇보다 뜻있고 그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끊임없이 독립운동단체의 대동단결을 위해 노력한 점입니다. 군사통일촉성회에 참가해 군사기구 통합을 꾀했고, 국민대표회의에도 사람을 보내 독립운동 계열의 의견조정과 단합을 위해 힘썼습니다.
 
또한 개성이 다른 독립군 조직을 통군부로 묶어 냈고, 이를 확대 개편해 통의부를 조직하는 등 군세 확장에 혼신을 쏟았습니다.
 
선생은 의병운동과 계몽활동을 통해 두 가지 독립운동 방향의 장단점을 꿰고 있었습니다. 의병운동의 한계인 근대적 지식과 계몽운동의 한계인 힘의 부족을 통감했던 선생은 이 양자의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독립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새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청각에서 느낀 점이 많다면 석주 선생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를 20차례나 언급하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한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한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겠다”고 했습니다. 구구절절 옳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에게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은 가장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에게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방법이 있느냐, 끌어낸들 과연 협상 카드가 있느냐는 겁니다.
 
외교라인을 정비해 미국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는 한편 힘을 갖춰야 합니다. 대화에 나서되 도발엔 강력히 응징한다는 원칙 아래 대북 억지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힘이 있어야 한다, 석주 선생의 가르침은 아직 유효합니다.
 
안순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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