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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무궁화

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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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8.16 17: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후 이상의 탓인지 올해는 무궁화 꽃이 좀 일찍 핀듯하다. 예년의 경우 빠르면 7월 상순 후반에 보통은 7월 중순이면 무궁화 꽃이 피었다. 초등학생 시절 여름 방학을 할 무렵이면 동네 어르신들이 “무궁화 꽃이 핀 걸 보니 여름방학을 하겠구나”라는 말과 “무궁화 꽃이 피었으니 100일 만 지나면 서리가 오겠다. 이제 며칠만 참으면 더위도 가실게야”하는 말을 듣곤 했었다.
 
신기하게도 무궁화 꽃이 피기 시작한 7월 중순에서 100일이 지난 10월 23일, 24일이 상강이고 정말 서리가 내렸다.
 
올해는 이미 6월 하순부터 이곳 저것에서 활짝 핀 무궁화 꽃을 보았다. 어른들의 말대로라면 9월 하순에서 10월 초순에 서리가 와야 한다. 그러나 기상대의 장기 일기예보는 9월 말까지 여름 기온이 계속된다고 하니 기후 이상이 식물의 리듬도 깨는 모양이다.
 
활짝 핀 무궁화 꽃을 보면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 자줏빛이 감도는 연분홍의 꽃잎과 중심부로 갈수록 빨간색, 노랗게 솟은 암술대와 수술은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멋진 꽃이다.
 
꽤 오래전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운동장을 돌면서 부르는 윤석중 선생님 작사 손대업 선생님 작곡의 무궁화 행진곡 “무궁 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 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적어도 석달 이상은 계속 피는 꽃이기에 우리 민족의 끈질김과 맥을 같이 하는 꽃이라고 들었다. 요즘에도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하면 태극기, 무궁화, 애국가를 배운다. 나라를 소중히 하는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다. 
 
유례없는 가뭄에 뒤이은 장맛비, 그리고 꺾일 줄 모르는 더위 속에 한껏 제 모습을 드러낸 무궁화 꽃을 보며 잠시 되돌아본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각 지자체마다 시꽃, 군꽃, 시나무, 군나무 등 특색을 나타내는 꽃과 나무를 홍보하는 사진을 많이 본다. 그런데 과연, 나라 꽃이라고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며 가꾸어 왔나? 무궁화는 학교 울타리에나 피어있는 꽃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나? 애국가에도, 국기 봉에도 있는 무궁화가 너무 홀대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1980년대 중반,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정원이나 뒷동산에 ‘무궁화 동산’을 조성하는 붐이 일었었다.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마을 진입로 등에 무궁화를 심는 운동도 활발히 전개됐었다. 물론 당시 권력자의 강력한 지시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무궁화는 하나, 둘 베어지고 뽑혀지고 사라졌다. 요즘 학교에도 당시 심었던 무궁화들은 담장으로 밀려난 서글픈 신세가 됐고, 그 많던 무궁화 동산은 찾기 어렵게 됐다.
 
광복절 전후해서 예년에도 그랬듯이 도로마다 태극기가 7월 중순부터 나부낀다. 태극기만큼 무궁화도 활짝 피도록 했으면 좋겠다.
 
충남교육청에서는 ‘무궁무진 나라꽃 피우는 학교만들기’ 3개년 계획을 세워 나라 사랑교육을 한다고 한다. 우선 논산 광석초, 당진 면천초·북창초, 금산 신대초, 부여 외산초·구룡초·옥산초, 서천 비인초, 아산 영인중, 홍성 홍주고 등 10개 중심학교를 선정하여, 이들 학교를 대상으로 적절한 예산 지원 및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고 한다. 정말 잘한 일이다.
 
유례없는 더위에 지친 올 여름, 그래도 더위에 지치지 않고 피는 무궁화를 보면서 10여 년 전 어린이들에 의해 제정된 8월 8일 ‘무궁화의 날’이 법정 기념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8자를 뉘면 ∞(무한대)가 되는데 무궁화의 끈기와 어울리는 날이다.
 
가뭄과 더위, 폭우로 상한 우리들 마음이 광복절을 맞아 회복의 기쁨으로 무궁화 꽃과 같이 끈기와 인내로 다시금 희망을 갖는 막바지 여름 나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종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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