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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 식품 안전 비상

대형마트 등 판매 중단…소비자 불안·식품업계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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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8.15 18:36
  • 기자명 By. 장진웅 기자
▲ 텅 빈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 연합뉴스 제공
[충청신문=대전] 장진웅 기자 =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국내 식품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 등 소매 업체들은 일제히 계란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정부는 즉각 살충제 계란 유통 경로 추적에 착수했다.

살충제 계란이 두통과 장기 손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계란값 고공행진에 어려움을 겪던 요식·식품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에 놓였다.

◆산란계 농가서 '피프로닐' 검출
정부는 15일 자정을 기점으로 3000마리 이상 규모의 전국 모든 농가에서 생산하는 계란 출하는 전격 중단하고 전수 검사에 들어갔다.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 농약 검사를 하던 중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농가에서 살충제인 '피프로닐'을 검출한 데 따라서다.

같은 날 경기도 광주시 농가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비펜트린'이라는 발암물질을 검출했다.

피프로닐은 개·고양이의 벼룩·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으로, 닭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동안 무항생제 인증 농가를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가 지속 이뤄졌지만, 피프로닐을 검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전수 조사 결과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할 방침이다. 불합격 농가의 경우, 유통 중인 부적합 계란을 즉시 수거할 계획이다.

◆대형마트·편의점 등 판매 중단
이마트와 홈플러스 그리고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이날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대형마트 3사는 고객 안심 차원에서 당분간 모든 점포에서 계란을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다.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 판매 중단했다가 순차적으로 결과가 나오면 판매 재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주요 편의점과 슈퍼마켓도 매장에서 계란 판매를 멈췄다.

국내 최대 편의점인 씨유(CU)를 비롯해 GS25와 세븐일레븐 등은 이날부터 계판 제품 판매와 발주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주요 슈퍼마켓 체인도 이에 동참했다.

◆정부, 유통 경로 추적 착수
정부는 즉각 살충제 계란 유통 경로 추적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살충제 계란을 검출한 경기도 남양주 농가가 도매상격인 중간유통상 5곳에 계란을 납품해온 것으로 파악했다.

남양주 농가는 하루 계란 생산량이 2만5000개 정도로, 2~3일마다 계란을 출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농식품부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아 살충제 검출 농가에서 유통한 계란을 파악하는 데까지 확인해 전량 회수·폐기할 방침이다.

하지만 살충제 검출 농가가 '친환경 인증 농가'라는 점에서 불안감을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3000마리 이상 사육하는 산란계 농가는 1060곳으로, 이 가운데 780곳이 친환경 인증 농가다. 더불어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하는 계란은 전체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두통·감각 이상·장기 손상 가능
피프로닐은 벌레의 중추 신경계를 파괴하는 살충제다. 사람에겐 두통이나 감각 이상 그리고 장기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피프로닐은 백색 분말 형태로 흡입과 섭취로 인체에 들어갈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과 현기증 그리고 감각 이상과 같은 신경 증상이다. 이어 안구와 위장관 그리고 호흡기와 피부 증상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살충제가 들어간 계란의 섭취 안정성에 대해 인체에 해를 줄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잔류 기준 이하일 경우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뜻이며, 잔류 기준을 넘었다고 해서 인체에 곧바로 유해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경기 남양주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검출한 피프로닐 양은 0.0363ppm이다. 식약처에서 국제식품규격에 따라 정한 피프로닐 잔류 기준은 0.02ppm이다.

농식품부는 3일간 전수 검사를 마친 뒤 계란을 다시 유통할 방침이다.

◆소비자 불안 "계란 먹기 두렵다"
"천정부지로 솟은 가격에 고민하면서 사는 계란이 이제는 안전 여부까지 고민해야 해서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전 서구에 사는 30대 주부 강 모 씨는 이날 살충제 계란 소식을 듣고 이같이 볼멘소리를 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계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살충제 파문으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강 씨는 "아이가 계란음식을 워낙 좋아해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자주 사먹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면서 "계란 같은 음식에 어떻게 살충제가 검출됐는지 믿을 수가 없다"고 혀를 찼다.

학교나 어린이집 급식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당장 급식에서 계란 메뉴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계란 만큼 영양과 맛을 동시에 갖춘 음식은 많지 않아 대체 메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요식·식품업계 '비상'
계란을 직접 판매하거나 각종 가공식품 등에 계란을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업계는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가 전국 일정 규모 이상 농가를 대상으로 계란 출하는 멈추게 한 데 이어 전수 검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수급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 이틀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계란은 있지만, 정부의 출하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요식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계란 확보에도 어려움이 발생했지만, 소비자들이 계란 제품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파문으로 계란 가격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도 있어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요식업계 한 관계자는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정부의 전수 검사 결과와 출하 조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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